가시오이/김분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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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251222」
가시오이/김분홍
골목이 깨어난다 넝쿨을 뻗는다 야생이 꿈틀거리는 골목, 일용직을 전전하는 내가 갉아먹을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골목에서 입구가 출구를 복사한다 반대의 경우도 성립한다 지지대에 매달려 성장하는 가시오이는 여름을 구부리기도 펴기도 하는 그늘막이다 매달리는 일이 직업이라서 기둥 없는 기둥서방에 매달리고 햇살 없는 햇살론에 매달린다 그늘막이지만 그늘이 성겨서 저만 더위를 견딘다 가을 풀벌레가 유일한 MP3인 이 골목에 풀벌레들이 음원을 튼다 넝쿨은 위로도 밑으로도 뻗는다 마이너스 통장의 잔고가 바닥날 때까지 뻗는다 매달릴 일이 까마득한 사람들은 바닥에 매달린다
(시감상)
한 해가 저물고 있다. 2주도 채 남지 않은 2025년. 내게 과연 어떤 해였는지 되돌아볼 시간이다. 갈수록 침체해 가는 자영업자의 몰락, 급등하는 환율로 인해 물가가 난리인 한 해. 굵직굵직한 경제 이슈들이 넘치는 한 해. 정부의 정책들도 자영업을 살리는 방향으로 진행되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와 같은 형국이다. 본문의 햇살 없는 햇살론이라는 문장이 눈을 소스라치게 한다. 넝쿨과 마이너스 통장의 잔고. 바닥에 매달리는 사람들. 그래도 어김없이 싼타님은 오시고 성탄절은 트리를 환하게 켠다. 어느 골목에 사는 분들은 방안이 바깥보다 더 춥다고 한다. 예년보다 포근한 날이 지속된다. 명태는 사라지고 방어는 떼로 몰려드는 바다. 점점 균형이 무너지는 세상에 그나마 다행인 것은 2025가 저물고 있다는 것이다. 붉은 말띠 해 2026이 발아하는 중이다. 출구가 보이는 골목을 발견하기 바란다. 바닥에 매달릴 일이 없길 바란다. 마이너스 통장이라는 단어보다 플러스 통장이라는 말이 눈송이처럼 펄펄 내리길 바란다. 한 해 동안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에게 건강과 기분 좋음이 넘치길 소망한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김분홍프로필)
충남 천안, 국제신문 신춘문예, 아르코 창작기금 수혜, 우수 출판 콘텐츠 지원, 시집(눈 속에 꽃나무를 심다) 2025 시집(가족이라는 기후)

김분홍 시인
댓글목록
鵲巢님의 댓글
형님 좋은 시 잘 감사하고 갑니다. 밤 늦게, 소주 한 잔 마시고 인사올리네요. 그냥 자야 하는데 ㅎㅎ..'명태는 사라지고 방어는 떼로 몰려드는 바다' 명예 퇴직은 사라지고 어군들 떼로 몰려오는 삶의 현장, 자영업자 몰락에 예외는 없더군요, 참 힘든 한 해 지금도 허득이고 있지만 말입니다. 시를 읽고 마음을 다스렸던 그래도 한 줄 글귀나마 읽고 가는 시간입니다.
가끔은 어떤 시도가 있어야 하지만 그마저도 불확실해서 머뭇거리는 머뭇거리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그냥 왈츠 곡 시리즈 들으면서 한 잔 기울인면서 형님께 참아 인사 올립니다. 건강하시구요.
김부회님의 댓글의 댓글
힘내시게....
자영업자 소식 들을 때 마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아우님...
좋은 날 올 것 입니다.
무엇보다 건강...잘 챙기시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