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슨 아버지/ 오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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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260316)
녹슨 아버지/ 오강현
아버지는 강철이었다
농사꾼 아들인 내가 꼬맹이 적부터
아빠가 아닌 아버지로 부른 이유를 생각해 보면
바위처럼 무거운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팔도 다리도 손도
어린 내 눈에 마징가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 아버지가 어느 날
팔을 못 쓰는 장애인이 되었다
그 후로 놀림당하는 아버지가 싫어서
늘 아버지에게 욕을 퍼붓는
사춘기 철없는 아들이 되었다
내 몸속에 들어와 있는 아버지를
끄집어내어 버리고 또 버렸다
끝내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마저 버렸다
결국 아버지는 말을 잃어버리고
방에 갇혀 등을 돌리며 누워만 계셨다
애벌레처럼 주름투성이로
하얗게 녹슨 아버지
살짝 손을 대도 와르르
부서지는 부식된 아버지
그 아버지를 땅에 묻고 돌아왔다
나는 어느새 다 큰 딸의 아버지가 되어 있었다
이제 나도 아버지처럼 머리부터
서서히 하얀 녹이 슬어가고 있다.
(시감상)
자식은 부모를 철들게 한다는 말이 있다. 보호를 받는 사람이 아닌, 보호자가 되었을 때 비로소 알게 된다. 우리는 늘 때늦은 후회를 하며 산다. 장례를 치르고 나서야 아버지가 어떤 아버지였음을 알게 된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다. 지금 잘해야 한다. 할 수 있을 때, 반성하고 효도하고 섬길 줄 알아야 한다. 강철의 아버지가 녹슬어 부식된 채 사그라지는 날, 하염없이 눈물 흘리지 말고 강철 같은 아버지의 강철 같은 아들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순리다. 효는 아무리 지나쳐도 부족한 법이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오강현프로필)
연세대 교육대학원, 창작 산맥 신인상, 산문집(고전 속에 길이 있다) (김포는 더 크게 시민은 가까이) 전 김포시의회 부의장

오강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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