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시간/한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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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260413)
사라진 시간/한가운
12월 34일 하루만 빨간 스웨터를 뜨자
세상이 잠시 멈춘 그 하루만 잊고 지낸 체온을
대바늘을 놀리면 꼬불한 골목길이 생기고 아이처럼 코가 풀리고 한 코가 빠져서 웅덩이가 생기지 웅덩이에 빠진 개구리 한 마리가 들락날락 스웨터에서 헤엄치지 개구리를 건지려고 대바늘 대신 손가락을 집어넣어 개구리를 찾느라 웅덩이가 커진
빨간 스웨터에서 초여름 내내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리지 웅덩이에 나무를 심으면 스웨터에는 숲이 생길까? 웅덩이가 얼면 스웨터에서는 썰매 타는 아이들이 생기고
아이들이 스웨터 속으로 사라지는 12월 34일 하루만 스웨터를 뜨자
스웨터 뜨다 코가 풀리면 엄마는 스웨터를 풀었지 스웨터는 사라지고 빨간 털실 뭉치가 생겼지 도로 감은 털실 뭉치는 처음보다 더 커지는데 엄마는 왜 나를 감으며 작아졌을까? 길게 풀려나가는 빨간 털실을 따라 엄마가 사라지는
12월 34일 하루만 스웨터를
따뜻한 잔디밭에 앉아 빨간 스웨터를 뜨자
스웨터에서 웅덩이를 꺼내 잔디밭에 던지면 웅덩이에서 개구리가 나오고 웅덩이에서 엄마가 나온다 엄마는 다시 스웨터를 풀어 알록달록한 골목길을 만든다
(시감상)
12월34일 이라는 불가능한 시간, 스웨터의 코가 웅덩이가 되고 숲이 되는 공간적 확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엄마는 나를 감으며 작아졌다는 작가적 성찰이 뜨개질에서 비롯된 변주가 확장적 공간성을 갖는다. 어머니라는 영원한 코, 존재하지 않는 날에만 허락되는 빨간 스웨터 뜨기. 오랜만에 초현실주의 작품을 읽는다. 엄마, 그것은 늘 잔향으로 남아 있는 코끝의 그리움이다. 지워버릴 수 없는.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한가운프로필)
상상인 신춘문예당선, 캐나다 크리스천 칼리지 박사, 김포 문예대학 수료

한가운 시인
댓글목록
鵲巢님의 댓글
형님 잘 계시지예....저도 좋은 잘 감상했네예....요즘 시집 사 볼 형편이 안돼 이것저것 기울이고 있슴다. ^~~~아무쪼록 건강하시고요....
김부회님의 댓글
그래....요..
뭐든 다 어려운 시기인데...
잘 버티는 것이
필요한 시기.,
건강 잘 챙기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