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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닫히지 않는 골목 -9 =천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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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3회 작성일 26-04-10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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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히지 않는 골목 -9

=천서봉

 

 

    약에 취해 손가락 부푼다 하필 오늘 폭설 내려 다리는 형편없다 길어진다 휘어지고 있다 알 수 없는 것들은 제법 알 수 없다 기차는 9가 아니다 간혹 불멸의 이름이 떠오르기도 했지만 슬프지 않다 폭설을 뚫고 기차가 간다 의미 없지만 나는 기차의 불빛 따라 걷는다 휘어진 다리가 꼬이고 몸이 젖는다 때로는 의미 없음이 의미 있었기에 오늘 머리카락이 철사처럼 구부러지고 다정한 기차는 여러 번 물결로 출렁거렸다 하필 이 밤에 기차가 달려가고 나는 폭설 따라 걷는다 다리가 점점 길어져 이제 바닥이 보이질 않는다 부풀어오르다가 9는 폭발할 것만 같다 기차는 9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붉은빛 충혈된 눈 위로 하얗게 하얗게 비늘 흩어진다 의미는 형편없다 기차가, 내 입속으로 눈 기차가 들어오고 있었다

 

    문학동네시인선 198 천서봉 시집 수요일은 어리고 금요일은 너무 늙어 17p

 

 

    얼띤 드립 한 잔

    콜에 따라 봉지를 자른다 벚꽃은 피고 비까지 내려 도무지 앞이 보이지 않는다 따뜻한 국물은 기대치도 않지만 걸지다 명절날 어무이 손잡고 아배 따라 진할머니 진할아지가 있는 큰집에 가듯 얼굴만 붉다 콩가루 듬뿍 뿌린 통닭만 곁들여 술 한 잔 올린다 간혹 방안에는 훈훈한 온기가 돌아 평생을 초지일관으로 산다는 삼촌이 떠오르고 그 삼촌은 길고도 좁은 다리 하나를 건넜다 쉰 하고도 여섯 번째 생일을 맞은 맥지는 손가락만 쥐 풀려 질척거린다 구멍 난 양말에 능청 피우다 감춰 둘 수도 없는 여의살이들 품 안은 좁다 그렇다고 캄캄한 밤길을 걷는다 물컹하고 질퍽한 쇠똥도 밟으면서 다정하지도 않은 다정은 싸늘한 대기로 거미줄처럼 온몸에 달라붙는다 이제는 아무 의미 없음이 당나귀 귀 치레만 한다 솔직히 오랜 가뭄으로 나는 어느 여름날 밤 좌판에 놓인 생선이며 나물이며 파며 고추까지 떠올리곤 하는데 모두 부를 수 있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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