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2 =김 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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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2
=김 언
하늘을 본다. 창밖의 하늘을 본다. 구름이 떠 있는 하늘을 본다. 하늘을 보면 하늘이 보이고 하늘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하늘을 이루는 것도 하늘을 이루지 않는 것도 하늘이다. 그래서 하늘이라면 하늘을 본다. 하늘을 보자. 그리고 또 보자. 하늘에는 하늘이 떠 있다. 구름이 떠 있는 곳에도 구름이 떠 있지 않는 곳에도 하늘은 있다. 떠 있어야 할 것이 있다. 가라앉는 것은 가라앉는다. 가라앉는 것은 무겁다. 비가 무겁다. 눈이 무겁고 우박은 더 무겁고 하늘은 떠 있다. 떠서 간다. 흘러가는 곳으로 구름이 간다. 흘러가지 않는 곳에도 구름이 있고 간다. 있어서 간다. 없어서 가는 곳으로 없어져서 가는 곳으로 누구든 간다. 무엇이든 간다. 그럼에도 있다고 믿는 곳에 하늘이 있다. 내가 있듯이 네가 있듯이 그 누가 있듯이 그것은 있다. 하늘이 있다. 하늘이 아닌 곳에도 하늘은 있다. 저기 저 높은 곳이 하늘이라면 여기 바로 곁에서 내 숨을 따라 움직이는 세세한 기류에도 하늘은 있다. 하늘은 형성된다. 하늘은 이루어진다. 하늘은 하늘이라고 말하는 곳에 언제 어디든 있다. 하늘이 없는 곳이 어디냐? 대기권 밖? 아니면 지하 깊은 곳? 공기가 있는 곳에는 하늘이 있다. 대기권 밖에는 희미하게 있다. 거의 없다. 지하에는 그보다는 충분하게 있지 않을까 싶은 곳에도 희박하게 존재하는 무엇이 하늘이라면, 하늘은 거의 한 점이다. 하늘은 두 점이다. 하늘은 세 점이 되려고 발버둥치지 않는다. 하늘은 무한히 하늘의 이름을 늘려간다. 보이지 않을 뿐이다.
―계간 《시의 시간들》 2026년 봄호, 특별기획 <관통>
얼띤 드립 한 잔
바닥을 본다. 대문 밖의 바닥을 본다. 안개가 떠 있는 바닥을 본다. 바닥을 보면 바닥이 보이고 바닥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바닥을 이루는 것도 바닥을 이루지 않는 것도 바닥이다. 그래서 바닥이라면 바닥을 본다. 바닥을 보자. 그리고 또 보자. 바닥에는 바닥이 떠 있다. 안개가 떠 있는 곳에도 안개가 떠 있지 않는 곳에도 바닥은 떠 있다. 떠 있어야 할 것이 있다. 그러다가 기어코 빠지는 것은 빠진다. 빠지는 것은 굼뜨다. 이슬은 둔하다. 서리가 내리고 번개가 내리꽂고 바닥은 떠 있다. 떠서 꿈틀거린다. 움직이는 곳으로 안개는 이동한다. 움직이지 않는 곳에도 안개는 있고 이동한다. 있어서 이동한다. 사라져 버린 곳으로 사라져서 버린 곳으로 아무나 이동한다. 어떤 것이든 이동한다. 하여튼 생각지 않은 곳에 바닥은 있다. 안이 있듯이 바깥이 있듯이 아무나 있듯이 그놈은 있다. 바닥이 있다. 바닥이 아닌 곳에도 바닥은 있다. 저기 저 낮은 곳이 바닥이라면 여기 바로 곁에서 안 먹고는 살 수가 없듯 먹고사는 안은 그 어떤 것이든 막을 수 없다. 바닥은 구축된다. 바닥은 발생한다. 바닥은 바닥이라고 말하는 곳에 아무나 아무 곳에나 있다. 바닥이 없는 곳이 어디냐? 맨홀 안? 아니면 맨틀 저 뜨거운 곳? 분위기가 있는 곳에는 바닥이 있다. 맨홀 밖에는 선명하다. 거의 분명하다. 맨홀 뚜껑에는 그보다도 충분하게 선명하지 않을까 싶다가도 아니나 다를까 따라붙는 것이 바닥이라면, 바닥은 거의 방배다. 바닥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방배다. 바닥은 이율배반적인 모습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바닥은 무한히 바닥의 이름을 죽인다. 애초 관심도 없다.
에구 그냥 재미로 써봅니다. 감상을 제대로 하려면 약간 조정이 필요할 듯해서, 사실 하늘은 무심하지는 않겠지요. 다만, 바닥인 처지로 바닥을 좀 뚫고 싶은 마음에 앞서 잠시나마 바닥을 되짚어본 시간이었습니다. 시인께 송구하기도 하고 이런 명시에 딱지 하나 붙인 것이라면 그것도 관심이니 너그럽게 보아주십사 토 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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