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st Pattern =성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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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st Pattern
=성유림
생일 케이크 앞에서는 왜 모두 불을 끄고 있을까. 노래를 부르는 사람과 안 부르는 사람을 구분할 수도 없게. 그거야 초에 불을 붙여야 하잖아. 그렇지만 초가 주인공은 아니잖아. 그래도 그 앞에서 소원을 빌어야 하잖아. 맞아, 사실은 나도 그 순간을 좋아하는 사람. 케이크 위에 꽂혀 있는 초의 개수가 늘어갈수록, 눈을 감고 있는 시간이 길어진다. 빙글빙글 초의 몸통을 타고,
흘러내리는 빛 아래로, 물렁한 파도가 친다. 빛에 떠밀리는 사람들. 나는 그늘을 찾아 계속해서 걷는다. 걸을 때마다 한 칸씩 그늘이 접혀간다. 희고 구불구불한 빛이 내 목덜미를 감는다. 담장 뒤쪽에 놓인 해바라기들은 미친 듯이 고개를 뻗고 있다. 해를 향해. 천천히 그을리는 감각. 빛이 통과한 흔적. 나는 배꼽 안에서부터 벗겨진다. 빛은 물처럼 출렁이고 태반처럼 빠져나간다. 노래와 함께 촛불이 꺼진다.
송출 종료.
《계간문예》 2026년 봄호
얼띤 드립 한 잔
케이크는 딱딱한 성질을 가진 인공물이다. 각종 재료를 뒤섞어 오븐에다가 넣어 구운 빵의 일종이다. 여기서는 빵을 떠올렸다간 낭패다. 만약 케이크가 모니터라면 하고 주제를 달아본다. 물론 시 해석을 위한 하나의 가정이다. 모니터 속에 모니터, 그 속에 각기 다른 모니터의 세계에 빠져든 사람과 사람들, 소통은 오로지 모니터 속에서만 한다면 어쩌면 감옥이었다가 점점 빠져든 그 세계에 만족하며 생활을 누리는 인간들, 모니터에 전원을 넣고 소원을 비는 사람들 맞아 사실 나도 그 순간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매일 너-튜브를 보고 있으니까! 무엇을 생산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면서도 ‘나’라는 존재는 여전히 깨치기 어려운 세상이다. 딱딱한 케이크와 같은 그 무엇을 모니터에다가 처발라놓고 초의 개수를 확인한다. 양지와 그늘을 분간하기 어려운 세상 그러면서도 구불구불 흘러내리는 빛은 내 목덜미를 쥐어 잡는다. 노래처럼 노래하는 사람처럼 케이크를 만들고 케이크와 같은 모니터에다가 바르고 모니터는 또 다른 가상의 공간을 만들면서 진정 ‘나’는 어디에 가 있었을까! 오늘도 어둠 한 자락 쥐어짜며 저 구불구불 지나는 송출 선에다가 널어놓는다. 내일이면 또다시 바짝 마른 모니터를 뒤로하고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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