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실/ 박소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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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26.04.27)
분실/ 박소미
퇴근길, 살바람 일으키며 탄 버스
두 다리로 간신히 지탱하고서야 눈치챘다
쇼퍼백을 손 갈퀴로 훑어보아도 잡히지 않는다
돈 부른다며, 부자로 살아보자고 건네던 남편 프러포즈
이제는 검붉게 번질거리기만 한 그날은,
손잡이 바투 쥐고 목록을 바꿔본다
생태는 동태로 불고기감 한우는 호주산으로
벼르던 딸아이 나이키 운동화는 시장표로 바꿔 가는데
무사통과 카드 새로 받으면 그만이지만
호흡을 고르다 더 이상 위로받지 못한다
납작 머리 박은 채 서리새벽토록 울고 있을
부모님 흑단 머리카락과 젖니 빠진 딸아이
웃음 박힌 시간들은, 어디로 접수하나
(시감상)
때때로 손에 쥐고도 잃어버리는 것들이 있다. 안경, 지갑, 전화기 등등. 인지하지 못하면 잠시 나와의 관계가 끝나는 것이다. 손에 쥐지 않아도 잃어버리는 것들이 있다. 유년의 이야기, 내 아이들의 이야기, 이웃들의 이야기, 그리고 내가 살아 온 평생. 치매도 아닌데 저절로 사라지는 옛이야기들이 서럽도록 그리울 때가 있다. 어쩌다 간신히 되살려도 이내 사라지는 그때의 이야기들이 불쑥 생각나는 날.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묻고 싶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박소미프로필)
국제신문 신춘문예, 목포문학상, 김포문학상, 공저 시집(시차여행) 외 다수

박소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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