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處方 =한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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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방處方
=한우진
모든 인간은 저마다 삶을 견디기 위한 자신의 처방을 갖는다
_ 니체, 1876년
뽕나무밭이 퍼지려고 바람이 불었습니다 이파리들이 수군거렸습니다
업어갔을 거라
도망쳤을 거라
눈 밟는 소리를 내며 이파리들이 뒤척였습니다 달이 어머니 발등에 달빛을 털어댔습니다 깨금, 산초는 아랫목에서 말라갔습니다 어머니의 오디 같은 젖과 무릎을 내 잠이 놓쳤을 때 뽕나무밭에서 바람이 몰려왔습니다 도망쳤을 거라 업어갔을 거라 아버지는 문마다 문풍지를 덧발랐습니다
구름이 짓밟은 세월 아버지는 떠도는 일로 충만했습니다 물방울은 천근만근 어머니는 낮보다 밤이 훨씬 더 고단했습니다 물은 어둠의 가루를 반죽하며 연못으로 스몄습니다 업어갔을 거라 도망쳤을 거라 구름은 아버지의 처방, 반죽은 어머니의 처방, 공기의 딸들은 뽕나무밭에서 속옷을 벗어던졌습니다
도망쳤을 거라
업어갔을 거라
뽕나무밭이 넘실대려고 바람이 불었습니다 이파리들이 차근차근 물방울을 모았습니다
흰 가운을 걸치고=鵲巢感想文
처방處方은 병을 치료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한 자씩 보면 곳 살 처處에 모 각 방方이다. 시가 시작되기 전에 니체의 명언을 전제한다. 모든 인간은 저마다 삶을 견디기 위한 자신의 처방을 갖는다. 뽕나무밭을 굳이 한자로 쓴다면 상전桑田이겠다. 시는 곧 상전上前을 향한 상전桑田을 배경 삼아 올린 상전詳傳이다. 뽕나무밭은 시적 주체로 식물계다. 이미 심어 놓은 한 개체다. 이파리는 뽕나무가 가진 하나하나의 생명력을 상징하며 달은 그 생명을 유지하는데 긴요한 하나의 요소가 된다. 어머니는 시를 길러내는데 필요한 존재라면 아버지는 시를 낳은 존재가 될 것이며 발등은 발+등으로 시의 가슴과 배와는 대조적이다. 깨끔은 개암 열매로 내나 식물계며 산초 또한 뽕나무와 더불어 같은 부류를 형성한다. 젖과 무릎에서 하나가 희고 끈끈한 액체인 흰 단백질과 같은 영양분을 상징했다면 다른 하나는 뼈와 뼈를 잇는 관절로 그야말로 다리의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기서는 시의 주체와 객체 사이를 연결하는 교량적 역할을 상징한다. 아버지는 문마다 문풍지를 덧발랐다. 시는 그냥 생겨난 것은 아니기에 문마다 글마다 문풍지를 종이를 겹 바르듯이 흰 가운을 벗고 또 벗고 덧씌운 것이 있다면 또 벗는 일로 마음 수양이다. 그렇게 아버지는 수없이 떠돌았겠다. 더 나가, 시는 구름에서 물방울로 물방울은 연못으로 확장한다. 구름이 모호한 족적을 묘사한 거라면 물방울은 시의 생명을 부여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결정체를 이룬다. 그러니까 물방울이 시구를 은유한 것이라면 물은 문장을 연못은 시의 한 형태를 이룬 셈이겠다. 이러한 요소의 배합은 모두 구름에서 발단한 것이며 그 발단은 아버지의 처방으로 단정한다. 또한, 요소의 반죽은 어머니의 손기술에서 비롯한 것이므로 굳이 어머니라는 개념에서 벗어 기른다 길러낸다는 의미를 부여한 시 주체적 모성애를 심은 것이다. 구름이 모호한 족적을 묘사한 거라면 공기는 흔적이나 자취를 이룰 수 있는 그 배경을 깔고 있다. 딸은 자를 상징하며 속옷은 숨길 것 없는 시의 진실을 요구한다. 도망쳤을 거라, 업어갔을 거라, 둘러치고 엎어 치고 그렇게 찰나를 보냈을 당신, 곳 살 처處에 모 각 방方이 물방울처럼 물처럼 연못과 같은 마음의 안식 잠시나마 삶을 연연하기 위한 나의 처방處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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