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기분과 봄/박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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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26.05.05)
두 개의 기분과 봄/박정인
명자꽃이 페트리코*를 처음 알게 된 날
긍정문에 쓴 나의 자제력은 가혹했고
부정문에 쓴 나의 비문非文은 흙 묻은 명자꽃처럼 부끄러웠다
후레쉬민트를 츄잉 타바코*처럼 되새김질하며
검지로 폭폭 눌러 우편물 절취선을 뜯었다
보내온 책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밍밍한 오후 네 시에는 오래된 결별과도 헤어지고 싶었다
오죽하면 내가 나를 간질여봐도 간지럽지 않았을까
노을이 봄비에 불어 터질 때에야
시야가 조금씩 트이는 듯했다
시래기처럼 늘어진 커튼을 열기보다
감옥을 참아내는 편이 쉬울 거란 생각
비 맞는 벚나무에게
연인들의 탄성이 위로가 되는 것처럼
한 번 만나기로 약속한 헤어진 애인에게서
확인 전화가 오기를 기다렸다
약속은 지킬 수 없을 것 같았다
*페트리코(petrichor) : 비가 오기 시작할 때 마른 흙이 젖으면서 공기 중에 퍼지는 냄새.
*츄잉 타바코(chewing tobacco) : 씹는 담배. 건강에 치명적으로 알려짐.
(시감상)
두 개의 기분이라는 말이 눈길을 끈다. 봄, 환희와 반가움이 충만해야 하는데 그 반대편에 과거의 봄이 빚어놓은 아픔이 존재한다. 모든 계절이 동전의 양면과 같은 이치. 삶은 선택이다. 기분도 선택이다. 봄의 어느 면을 보고 집중하는가에 따라 봄은 봄 일수도 가을일 수도 있다. 가능하면 긍정문을 선택하자. 너무 우울하면 재미없는 세상 아닐까 싶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박정인 프로필)
시와 산문 신인상, 김포문학상 대상, 김포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시집(마침내 사랑이라는 말) 외 공저 다수

박정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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