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회암지대 =최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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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회암지대
=최금진
밤이면 저수지에선 말조개들이 울었다
거품을 물고 수면에 거꾸로 매달려 이리저리 떠다녔다
시멘트가루 잔뜩 늘어붙은 익사자 살가죽을 벗겨먹으며
우렁이들은 저수지에서 토실토실 여물었다
동굴에서 나온 박쥐들이 몰래 사람들과 어울려 살았다
노인들은 젊은이들보다 오래 살았다
오래 사니까 검은 머리가 돋는다며 생선가시 같은 이빨을 보이던
노파는 자주 뒷산 동굴 구멍으로 들어갔다
농약을 먹은 개들이 논둑을 뛰어다녔고
아이들은 움푹움푹 발이 빠지면서도
밭둑에 뚫린 작은 구멍을 통해 땅속을 쉽게 들락거렸다
동네는 석회암지대여서
집 밑에는 커다란 땅구멍이 서너 개씩은 미로처럼 나 있었다
누군가 잃어버린 운동화는 십리 밖 하천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마을회관 앞 우물 속에는 늙은 메기가 살았는데
손톱에 봉숭아물을 들인 누이들은
얼굴 시커먼 청년들에게 제물로 바쳐지곤 했다
분지를 덮고 있는 동그란 하늘에 이따금 꽃이 피기도 했는데
그건 상여가 뒷산을 오르는 거였다
마을의 한가운데엔 구멍 숭숭한 묘지가 있었고
사람들은 그쪽을 향해 잔뜩 허리 조아리는 대문을 내고 살았다
잠을 자는 동안에도 화악, 확, 땅 꺼지는 소리가 들렸다
흰 가운을 걸치고=鵲巢感想文
시제로 쓴 ‘석회암지대’는 석회암으로 이룬 일정 구역이다. 석회암은 탄산칼슘을 주성분으로 하는 퇴적암. 수중 동물의 뼈나 껍질이 쌓여 생기며, 섞여 있는 광물의 종류에 따라 여러 가지 색깔을 띤다. 시멘트, 석회, 비료 따위의 원료로 쓴다. 여기까지는 사전적 의미다. 시에서는 딱딱하고 뭔가 견고한 그 무엇이라 여기며 가정하는 것이 좋다. 깨뜨릴 수 없는 그 무엇과 움직이며 살아 숨 쉬는 그 무엇과의 대립 관계가 시 읽기와 시 쓰기로 나뉜다면 왼쪽은 석회암지대며 오른쪽은 온갖 생물과 놈 자 그리고 이를 연결하는 매개체 같은 것으로 이룰 것이다. 가령 ‘밤이면 저수지에선 말조개들이 울었다’에서 밤은 시 이해 전의 상황을 은유하며 저수지는 물이 모인 것이니 시 발원지가 될 것이다. 말조개라는 시어도 참 재밌게 끌어다 놓았다. 그 의미는 알 필요가 없다. 다만 시에서 뜻하는 의미는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말과 조정이나 개조 따위를 떠올릴 수 있으니까! 이후 시에 닿으려는 행위적 묘사로 동물적인 요소들을 들자면 ‘익사자 살가죽’,‘우렁이’,‘박쥐’,‘노인’,‘젊은이’,‘노파’,‘농약을 먹은 개’,‘아이’,‘늙은 메기’,‘누이’,‘청년’,‘사람들’을 들 수 있다. 여기에 대립적인 시적 요소는 ‘저수지’,‘거품’,‘수면’,‘시멘트 가루’,‘논둑’,‘밭둑’,‘석회암지대’,‘집’,‘하천’,‘마을회관’,‘우물’,‘봉숭아 물’,‘제물’,‘분지’,‘상여’,‘뒷산’,‘묘지’,‘대문’,‘땅’을 들 수 있다. 지상紙上과 지면紙面과의 관계다. 그 관계를 연결하는 매개체는 동굴이나 동굴 구멍, 땅 구멍이며 이러한 구멍에서 탈피한 사람은 대문을 내고 산다. 그러니까 아주 큰 문장 하나를 남긴 사람이겠다. 밤이 아주 깜깜한 상황을 은유하였다면 검은 머리는 조금 밝은 상황일 것이며 생선 가시 같은 이빨은 거칠지만 조금 봐줄 만한 어떤 표현력을 암시한다. 물론 대문까지 가는 것은 어렵지만, 여러 식물계(봉숭아 물, 꽃)를 섭렵하며 동물계를 벗는다면 어느 정도 보아줄 만한 얼굴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이러한 시 감상은 시인께서도 언급한바 ‘농약을 먹은 개’처럼 논둑을 거닐었으니까 화악, 확, 땅 꺼지는 소리에 불과하다. 허리 조아리며 허리? 빌 모자랄 허虛에 통할 리理, 좀 모자란 글이지만 지면 위 긁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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