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관 =마경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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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관
=마경덕
하얀 보에 덮여 누워있는 어머니
둥근 베개 하나가 무거운 잠을 받치고 있었다
장례지도사인 젊은 염습사는
보 밑으로 손을 넣어 익숙하게 몸을 닦았다
감정은 삭제되고 절차만 기억하는 손길로
미처 살아보지 못한 생의 끝자락을 만지고 있었다
얼마나 많은 주검을 갈무리하여 먼 길을 떠나보냈을까
저 숙련된 손길은 어느 날, 떨어져나간 단추를 주워 제자리에 달듯
벌어진 틈을 메우고 있는 것
하얀 종이로 싸늘한 몸을 감싸는 동안 잠시 침묵이 내려앉았다
살아온 족적이 다 찍힐 것 같은 순백의 백지는
어머니의 마지막 속옷이었다
자식들이 사준 속옷은 장롱에 켜켜이 쌓아두고 구멍 난 내복만 입던 어머니
며느리에게 퍼붓던 불같은 성깔도 다 시들어
몇 장의 종이에 차곡차곡 담기는 순간,
눈물이 나오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했던 마음이 순식간에 다 젖었다
어머니, 편히 가세요 그동안 미워했던 것 다 잊으세요
진심으로 시어머니를 부르며 딸인 듯 목이 메었다
습신을 신은 발, 앙상한 손을 감싼 악수幄手를
꼭 쥐어보았다. 이 작은 손이
밥상을 밀치고 내 가슴을 후볐다는 게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던 막내시누이는 꺽꺽 짐승처럼 울고
나는 입을 막고 흐느껴 울었다
당신이 손수 장만한 치자 빛 수의를 입고
허리띠를 나비리본처럼 단정히 묶은 어머니
어느새 떠날 채비를 다 마치었다
지긋지긋한 암 덩어리는 곱게 포장되어 입관을 기다리고 있었다
계간 《문학사계》 2012년 봄호
흰 가운을 걸치고=鵲巢感想文
어머니 죽음 앞에 눈물 흘리지 않은 이는 없을 것이다. 아버님 가신지도 어언 오 년이 지난다. 가뜩이나 팍팍한 삶에 아버님 어머님 모두 잃고 나니 삶은 더욱 막막한 듯 앞길은 보이지 않는다. 고아가 따로 있을까 싶다. 봄·여름·가을·겨울 오십 해나 겪었으면 지겨운 생 아니던가! 모르겠다. 시 읽다가 이렇게 찹찹한 마음 얹어가는 것도 생소하다만 무겁기 한량없어 그렇다. 있었다. 닦았다. 앉았다. 이었다. 젖었다. 메었다. 보았다. 않았다. 울었다. 마치었다. 딱딱 끊는 평서형 종결 어미 ‘다’는 시를 읽는 이로 하여금 더욱 무겁게 한다. 이 시에서 더욱 가슴 내려앉는 부분이 있다면 ‘어머니, 편히 가세요. 그동안 미워했던 것 다 잊으세요’ 미운 정 고운 정 그간 얼마나 끈끈했을까! 장례지도사의 손길과 자식들이 보살펴 준 애잔한 물품과 밥상을 밀칠 만큼 가슴 아팠던 시인 그리고 꺽꺽 짐승처럼 울었던 시누이와 이 모두를 바라보고 누운 어머니와의 관계는 산 자와 죽은 자와의 대립이다. 시는 무거운 잠이다. 하얀 종이로 싼 침묵이지만 나비처럼 묶은 치자 빛 수의는 시인이면 희망 사항이다. 무거운 잠에서 숙련된 손길을 떠나 단으로 묶은 저 푸성귀 같은 시, 그 단추를 제자리에 놓는다는 것 속옷처럼 켜켜이 쌓아두고 구멍 난 내복만 꺼내 꿰며 다졌던 손길과 밥상을 밀칠 정도로 내 가슴을 판 도저히 믿기지 않은 일과 끝내 마치지 못한 시 한 편에 정말이지 짐승처럼 꺽꺽 울어야 했던 그 순간까지 생각한다면 입관은 지긋지긋하다 못해 암 덩어리 하나 떼어내는 것에 비유할 만하다. 염습은 말할 것도 없고 아직도 죽음을 마무리 짓지 못한 생을 장롱 같은 마을에다가 처박아 놓는 이 악수는 언제쯤 끊을까! 구질구질한 골목길에 비는 내리고 이러다가도 내일이면 또 맑아 나는 공기를 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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