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그드랍 =서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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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그드랍
=서호준
오늘은 뭘 입지. 비비 꼬인 생각을 풀고
에그드랍에 가자. 그 다음 커피를 마시는 거야.
밖에 나와서는 이렇게 말한다. “담배 피우고 있는데도 담배 피우고 싶네.”
사람들과 횡단보도를 건넌다. 에그드랍에 가자.
몇 번만 더 연습하면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작은 타코야끼 전문점까지 걸어 왔던 것이다.
고개를 돌리면 일행은 없고
어릴 적 팻 앤 댄스를 같이 했던 친구와 그의 늙은 어머니가 보입니다. 그들의 집은 어린 나이에도 참 좁게 느껴졌는데요.
대문만은 바다처럼 넓었던 기억. 잘못된 기억일까?
비둘기가 덜 피운 담배를 물고 달아난다. 눈으로 쫓다가
여기가 아냐, 에그드랍에 가야 하는데
나는 어디 가자는 말을 잘 못 해. 그래도 가기는 가.
택시를 탔더라면 벌써 다 먹고 토하고 있었을 텐데.
그러면 친구의 늙은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겠지.
집에 가서 마저 하렴.
시집 『그해 여름 문어 모자를 다시 쓰다』 2025.4
서호준: 1986년 서울 출생.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졸업.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석사과정 수료. 2016년 독립 문예지 《더 멀리》를 운영하며 시를 발표해 왔다. 시집 『소규모 팬클럽』(파란,2020) 『엔터 더 드래곤』(파란,2023) 『그해 여름 문어 모자를 다시 쓰다』(열림원,2025) . 현재 인디 게임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흰 가운을 걸치고=鵲巢感想文
비비 꼬인 생각을 에그드랍에다가 맞추는 일, 시에 향하는 초기 걸음이다. 여기서 비비는 견주고(比), 갖추고(備), 아닌 것 같지만(非), 살찌우듯(肥) 뭐라도 써보는 일이다. 그다음 검정을 상징하는 커피를 마시고, 지상을 걷는다. 담배擔陪는 메고 짊어질 담擔에 하나씩 쌓아 올릴 배陪다. 물론 담배의 대상은 글이다. 문장을 차근차근 하나씩 놓고 쌓고 있지만, 여전히 글에 대한 욕구는 금할 수 없다. 사람들과 건널목을 건너는 일, 자와 함께 건너는 일, 그 경계선 어디쯤 내가 가야 할 목표지 에그드랍이 있다. 마음을 담을 수 있는 시가 있다. 몇 번 더 연습하고 수정하면 분명 갈 수 있는 길이다. 타코야끼는 문어 볼 어디든 굴러도 부딪히지 않는 문장까지 완벽은 쉽지가 않다. 친구와 그의 늙은 어머니는 자와 자를 다루는 시인을 은유한다. 대문은 어의 고장 바다라면 비둘기는 구구구球球球 완벽한 소리의 주체다. 택시, 시를 가려서 먹었더라면 분명 좋은 글을 찾아 썼을 거야. 에그드랍은 건강한 한 끼, 점심의 대명사 샌드위치 전문점으로 에그드랍에다가 마음을 얹고 한 편의 시를 만든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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