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 =배홍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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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
=배홍배
오늘을 후회하듯 눈은 펑펑 내렸다 하루의 밖으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 리드미컬하게 긋는 아픔, 그 아픔으로 적설량이 표기되는 꿈이 버린 수면지대, 눈으로 수몰되는 몸뚱이 안으로 심장은 쿵 가라앉고 외톨이가 된 맥박 하나가 히죽 히죽 떠올랐다 어디로 뛸지 모르는 시간에 밑줄을 긋고 자정을 가리키는 손가락, 손가락 끝에서 진화한 검은 한나절은 손바닥이 숨을 쉬었을까 숨 한 번 참으면 한 쪽 다리가 자라 머리가 되고 되돌려지는 만큼 메아리를 잃어버린 교회의 종소리가 음악의 기하학적인 문간에서 상냥하게 좌절할 때 바람은 여인숙의 차가운 숙박부 안에서 안녕했다 금욕하는 바람과 바람 사이에서 눈은 더 내려 발정인 듯 벽에 걸린 여우 가죽이 윙윙 울었다 울음끼리 하나로 모이는 사람의 꼴, 모양대로 쉰 부엉이의 목청에서 눈보라가 뿌려지고 울음 속이 비어 외로운 밤새가 유혹하는 대로 흘러, 어제와 오늘이 속죄의 바다에서 만나 조용히 서로를 두려워했기를
계간 《문학과사람》 2021년 봄호
흰 가운을 걸치고=鵲巢感想文
시제로 쓴 불면不眠은 잠을 자지 않는 상황이다. 그러니까 깨어 있다. 지면에서 뗄 수 없는 눈, 거기서 발화한 마음을 묘사한다. 손가락과 손바닥이 대조적으로 쓰임과 다리가 머리로 발전하는 시 변이에 교회의 종소리가 여인숙의 차가운 숙박부에 들어가 앉는 자를 보기도 한다. 여우 가죽과 사람의 꼴에 그 탈 나도 한 번 써 본다.
여섯 명이 문을 열고 가슴을 두드렸다 그중 두 명은 여자였고 한 명은 뚱뚱했어 맥주와 소주를 번갈아 마셔가면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그간 어찌 지냈는지 환담을 하는 거 같았어 그들의 먹는 모습과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운 나쁜 가엾은 케인즈를 떠올렸지 그는 폰을 만지는 일은 없었잖아 한 번씩 불려 나와 자리만 지켰지 여전히 돌려받지 못한 배상금만 테이블 위 올려놓고 재주만 부렸지 갑자기 가슴이 울컥거리더구먼, 우체통 같은 것이 밀려 들어와 앞이 캄캄했다가도 저기 저 앉은 사람들 간혹 보기도 하면서 그는 여태껏 뭐 하며 살았나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더군 참 어이가 없는 친구야 사람들은 세 시간 가까이 앉았다 갔어 한 사람은 대리운전 불러 달라 했고 한 사람은 택시 불러 달라고 했어 다른 이들은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네 하여튼, 어찌해서 가겠지 이젠 자리 다 비우고 청소하며 조용히 앉아 있구먼, 흘러나오는 음악도 꺼버렸지 이 일을 하면서 자꾸 생각이 드는 건 이건 아니다 싶지만, 아직도 모르는 길 하나를 두고 미련을 못 버리고 있다는 거 안타깝지만 이곳은 파리보다 더 못한 임당리라는 사실 영국보다는 비가 많지는 않다는 것도 분명 좋은 징조지만 너의 소식을 읽고 있으면 이번 여름은 왜 이리 길게만 느껴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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