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걸지 마세요, 낯설음을 견디는 중입니다 =신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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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걸지 마세요, 낯설음을 견디는 중입니다
=신새벽
close, 작은 팻말이 결려있는 가게 문틈 사이를 들여다봐요
입고 싶은 꽃무늬 원피스가 걸려있고 난 맨발이에요
누구의 흔적도 아닌 흔적들이 통증처럼 흔들리고 있어요
고체 같은 어둠 속에서 뒷걸음치다 만난 새벽 4시
접힌 발자국을 따라 읽을 줄 모르는 단어를 그려요
페이지가 늘어나고 얇아진 귀는 당신을 기다려 보지만
새들의 울음소리만 날카로워요
잘려나간 고백들이 떠다니는 습지
툰드라 백조의 희디흰 위로慰勞같은 깃털 하나
까만 재가 된 당신의 편지가 유리병 안에서 숨을 쉬고 있어요
낡은 나무 벽, 새의 깃털로 만든 액자엔
습기 가득했던 입술들이 말라가고
약속이 깨진 조개껍질 속으로
푸치니의 음악이 스며들어 아픔을 다독이고 있어요
잊고 있었던 서랍 속 립스틱을 바르고
노을이 온몸으로 스며들 때까지 강가에 누워
당신의 발소리를 기다려요
시집 『통증처럼 흔들리는 흔적』 2026. 4
신새벽 본명 신순애. 1961년 경북 의성 출생. 2017년 《월간문학》시 등단. 시집 『파랑 아카이브』『통증처럼 흔들리는 흔적』.
흰 가운을 걸치고=鵲巢感想文
쇼윈도에 걸린 원피스에다가 마음을 담은 수작이다. 원피스는 하나의 조각이다. 원피스는 하나의 평화 원피스는 하나의 핵심이자 원피스는 하나의 오줌이다. 물론 영어 원음에서 끌고 온 정의다. piece, peace, pith, piss로 꽤 시적으로 상통함을 알 수 있다. 즉, 마음의 조각이자 마음의 평화를 이끈 그 마음의 핵심은 시이자 역시 배설에 지나지 않는다. 마음 담은 백지를 은유한 문장으로 ‘잘려나간 고백들이 떠다니는 습지’가 있으며 이는 툰드라 백조의 희디흰 위로 같은 깃털로 승화하다가 까만 재가 된 당신의 편지로 안착한다. 이는 곧 유리병 안에다가 숨을 가둔 셈인데 바다는 참 넓고 넓지만 언젠가는 누가 열어 볼 날도 있다는 것, 말과 글은 분명 다르다. 말은 흘러 남김이 없지만, 글은 남아 주인의 모양과 본성을 받든다. 조개껍질과 푸치니의 음악, 수정이 필요한 지면의 상징과 풀을 친다는 그러니까 삭제와 소각이 암시한 소리 은유다. 아픔을 다독인다는 말은 마음을 깎는 일이니까. 립스틱은 글의 화장술이며 노을은 마음의 승화와 글의 죽음을 예견한 장이다. 원피스 하면 떠오르는 게 있다. 일본 장편 만화시리즈로 팔 백몇 편까지 본 적 있다. 아마 지금도 생산하지 싶다. 봐도 봐도 끝이 없다. 처음은 호기심에 봤지만 볼수록 참 재밌다. 해적왕이 되겠다던 그 어린 소년, 몽키 디 루피의 모험담이다. 악마의 열매를 먹고 고무고무 닌게도가 된 루피 그가 이끈 해적단과 대 해적의 시대는 거의 현세의 축소판이자 인간의 야욕과 생존을 담은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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