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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장 신사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봄뜰12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837회 작성일 16-09-24 08:15

본문

오일장 신사

 

나타날 때마다 대나무 속살로 엮어 만든

옛날식 사과 바구니에 수탉이나 암탉 한 마리를 넣어 같이 온다

걷는 품이 바람에 날리는 듯한게

틀림없이 양복과 중절모는 허수아비한테 빼앗아 입었을 것이다

맨 먼저 닭전에 가서 바구니를 툭 던져놓고 두 말 않고 오천원을 받는다

그리고 그 옆 국밥집에 걸터 앉아 막걸리 한 사발을 앞에 놓고

돼지머리 비계덩어리를 고춧가루 섞인 소금에 푸욱 찍어 왼손에 들고

딱 세 번만 목뼈를 움직여 벌컥벌컥 다 마시고 천원 놓고 일어나서

장대에 매달린 검은 고무줄 몇 가닥과 빨랫비누 한 장 도톰한 검은 양말 세컬레를 산다

약간 붉어진 얼굴에 거슴츠레한 눈으로 장을 한 바퀴 이리 저리 돌다가

잠시 생선가게 앞에 서성이다 손을 꼭 쥐고 비장하게 돌아 서면

바로 앞이 싼거리 속옷 좌판이다

바구니에 든 검은 봉투를 뒷짐에 들고 점잖은 발걸음으로 장을 벗어나 멀찌감치 신작로를 따라 간다

초가을 빛이 구부장한 등에 붉게 올라타 친구하자고 조른다

휘적이는 걸음이 길가 코스모스처럼 몹시 한가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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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탄무誕无님의 댓글

profile_image 탄무誕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
내용이 참 좋습니다.
김동리의 단편소설(그 시대의 문학)을 읽은 거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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