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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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잠 / 안희선
- 누군가 말하길, 이 거리는 딴 유성(游星)에서 불어 온
바람을 닮았다고 했다 -
가엾은 희망으로 발이 부르튼 사람들은
어두워질 적에야 비로소 밝아지는 눈을 지녔다
벌거숭이 같은 고독들이 행진을 한다
아득한 먼 곳에서 그리운 별이 하나 사라진다
행복했던 기억들이 안타깝게 서성거리며,
어둑한 거리에 가로등 불빛이 되었다
정녕 분별없는 숨바꼭질에
물처럼 투명한 자살을 꿈꾸는,
그 거리를 나도 걷는다
이 거리는 사지(四肢)의 욕망에 매달려,
아무런 전설도 없고 감동도 없다
오로지 발걸음의 반음(反音)에 따라
끝없이 맥(脈)을 이어 갈 뿐......
누군들 거역하고 싶지 않았을까
모든 것으로 부터 갈라놓는,
익숙한 어둠의 차가운 이 거리는
행복한 잠이 필요하다
티없고 죄(罪)없는 거리를 꿈꾼다
그곳에는 이따금 허물어진 모험의 상처가
아무는 소리가 들린다
정겨운 사람들이 소리없이 지나간 흔적을 따라가다 보면,
사랑의 젊은 한 시절이 언제까지나
그대로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여기선 아무도 마주치는 사람이 없다
그러나 분명치 않은 고독이어서 두렵지 않다
걷다보면, 만날 사람이 있음을 알기에......
무서운 황폐가 기억의 저 편으로 사라지고
다만, 새로운 침묵이 어둠을 떨어낸다
낯설던 해후(邂逅)의 마음이 가로등 불빛이 된다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비추기 위해,
행복한 잠이 필요하다
Chaconne (w/Guitar)
댓글목록
고나plm님의 댓글
쉽지 않는 시상을 흔들림 없이 잘 정리하셨네요
잘 읽고 갑니다
건필하십시요
안희선님의 댓글
사실, 이 각박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너 나 할 거 없이
지극히 고단한 하루의 삶 끝에
꿈조차 없는 잠을 자는 비참한 처지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래도 말입니다
행여, 로또 복권에 당첨되듯 꿈이라도 꿀 수 있다면
그건 못다 한 <소원에의 충족을 기하는 시간>이 아니겠습니까
결국, 그건 행복한 잠일 것을
아니라고 하신다면, 할 말 없지만..
글 같지도 않은 허접한 건데
너그럽게 읽어 주시니 고맙다는요
늘 건강하시고(그니까 아프지 마시고) 건필하심을 먼 곳에서 기원합니다
고나plm 시인님,
고나plm님의 댓글
네.
면책특권님의 댓글
멋집니다~
아픈데 희망이 있어서
전 이런 것이 넘 좋더라고요 ㅎ
면책특권님의 댓글
행복한 잠이라는
어떻게 보면 관념적일 수 있는 시어가 감동을 주고 있다면
하고싶은 얘기를 정직하고 진솔하게 또 정확하게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러기는 참 어려운 일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안희선님의 댓글
초라한 삶을 자꾸 부추기는 희망이란 게 얄밉기도 하지만
뭐, 어쩌겠어요
그마저 없다면, 삶은 더욱 황량할 것을
참, 오랜만에 인사드리네요
머물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건필하세요
면책특권 시인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