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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로 태어난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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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두무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833회 작성일 16-09-05 10:19

본문

더위로 태어난 슬픔

 

아직도 우리는 주인 방에

꼬리를 깊숙이 처박고

자세를 최대한 낮춰

진드기처럼 기생 한다

 

언제 봇짐을 쌀까,

이제나저제나 생각해도

마땅히 갈 곳도 없고

마님 등에 붙어 있으니 좋다

 

집 주인 아침에 대청소를

우리 떼거리들

진공청소기에 들락날락

쥐새끼처럼 몰골이 가관이다

 

들판을 배회하던 친구들

갈바람에 실려 떠났는데

차라리 공사장 잡부처럼

화물차 꽁무니에 끌려 가버릴까

 

가을 전령사가 기웃기웃

요즈음 따라 부쩍 겁을 준다

이사 갈 날을 재촉하듯,

아침에 사정없이 밀어닥친다 

 

그럴수록 코끝에 매달리면

주인은 콧물처럼 버리지만

늦더위 진수를 보여주려고,

상을 준비하면 서늘한 바람

소독약을 뿌리듯 훑고 간다

 

어느새 낙엽이 따라붙고

갈 곳 없는 더위 갈등 속에

죽어서 멀리 사라져도

엄동설한에 단 1초라도

한여름 더위쯤 생각해 줬으면,

인간은 지나면 다 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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