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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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길
이노루
가로등이 드문 드문 있어 그림자가 긴 시골 밤길 위에선
바람에 날리는 나뭇가지 그림자들이 선뜩선뜩하니 흔들렸다.
가로등과 가로등 사이의 어둠을 뛰어다니면서
나는 자꾸만 얼굴이 민짜라던 달걀귀신이나
아이를 망태 자루에 넣어 다닌다는 망태기 할아버지가 생각이 나고
길어진 내 그림자가 팔척귀신 같아만 보여서
해지기 전에 돌아오라던 어매 말을 어긴 것을 깊이 깊이 뉘우친다.
드문 하던 가로등마저 툭 끊기고, 우리 집 불은 저 멀리서만 보이는데
나는 혹시나 어매가 걱정이 되어 나를 찾아 마중 나오진 않았을까하고
‘어매요! 어매요!’하고 소리쳐 부르다가
그것도 그만 무서워져서 우두커니 가로등 밑에 서있기로 한다.
“홍홍홍... 홍홍홍...”
가로등 밑에서 쭈그리고 앉은 몸이 스산시레 추워질 만큼 또 그만큼 어쩐지 생각이 흘러 흘러 시야랑 해질 무렵 깊은 계곡에서 춥도록 논 것이 기억이 나서는
“홍홍홍... 홍홍홍...”
소리를 내며 그것이 홍콩할매를 쫓는 말이라는 말을 그때 시야에게 들은 것이 생각이 나서는
“홍홍홍... 홍홍홍...”
조곤 조곤 뱉어보며 그것이 어쩐지 마음에 우습기도 하고 또 든든하기도 하여 가로등 밖으로 발을 걷는데 고만 들리는 산고양이 울음소리가 너무 사람 같음에 달음박질을 한다.
길 옆 수풀 뒤에 숨어 저기 큰 눈으로 지켜보다가 지나가는 나그네들을 놀려준다는 숲도깨비
생각이 나서 나는 달음박질을 쳐 수풀을 나오면 보이는 저수지에는 사람을 잡아당겨 익사시킨다는 물귀신.
식겁이 나서 마을 어귀까지 도망 오면 거기엔 처녀가 빠져죽었다는 우물에 사는 손각시 물귀신
이 마치 옆에 서있는 것만 같아서 또 달음박질을 쳐 여기 큰 고목 당목에 와서 숨을 돌릴라 치면 당산나무에는 귀신을 불러 모은다는 나무귀신.
여기 내가 사는 마을은 맨천 귀신이 되어서1) 시야가 알려준 주문도 소용없이 내리 우리 마을 정승까지 달음박질치는 중에 갑자기 나는 이마빡을 탁 하고 부딪혔다.
“이노무 새끼! 이노무 새끼!”하며 나를 돌려 잡아 엉덩이 타박 질을 하는 어매의 목소리가 들리고 나는 이마고 엉덩이고 아파하며 넓찍히도 울면서 해지기 전에 돌아오라던 어매의 말을 어긴 것을 깊이깊이 뉘우친다.
ㅡㅡ
1)시인 백석 ‘마을은 맨천 구신이 돼서’에서 오마주 (길 옆 수풀 뒤~ 마을은 맨천 귀신이 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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