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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삐에로의미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710회 작성일 15-08-18 16:53

본문

 

 폭우

 

 

                                                이승용

 

 

 

1. 철창 너머 세상을 본다

흑백 홀로그램처럼

사람들이 생기 없이 서 있다

그들의 목소리는

다 먹은 음료수 캔이 밟히듯이

읽씹당한다

 

2. 젖은 너의 얼굴이

헛구역질처럼 올라오는

철창 속 세상은 습하다

내가 가장 오래 음미하는 것은

너의 눈깔이다

그날, 말없이 날 보던 너의 눈동자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그 생각을 맛보고 싶어 아직까지

씹어대는 것이다

물기 하나 없어질 때까지

되새김질하다 보면

오래도록 너의 눈

그 맛을 잊고 싶지 않다.

 

3. 네가 하늘이고 내가 땅이라면

우리 사이에도 무수히

많은 비가 내리고 있을 텐데

고요하다.

네가 떠난 날처럼

비는 오지 않는데

빗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처럼

너를 잃고 시를 쓰네

지금은 내가 철창 속에 있음을

인정할 때.

지지직거리는 모습들에

주파수를 맞추기가 힘든데,

한 남자가 꾸깃꾸깃 세상을

접고 있다

나는 흑백 홀로그램처럼

생기 없이 서 있다

내 목소리는 다 먹고

밟혀버린 음료수 캔처럼

읿씹당한다.

 

 

*기형도 '빈 집'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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