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은 식물처럼 나를 키웠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본문
날마다 달빛을 끊어 먹은 내 그림자가 자란다
그림자는 밤마다 옥상에 올라
달의 난간을 붙잡고 오래 숙성된 빛을 베어 먹었다
달이 뜨지 않는 날에는
담장 위 고양이처럼
별의 껍질이라도 씹어 허기의 속을 속여야 했다
돌아보면 허기 속에 머물던 때
내 혼은 가장 투명한 형태를 가졌고
굶주림은 기도처럼 나를 세웠다
달을 다 먹고 난 밤
더 이상 어두울 곳이 없어
나는 몸을 허공에 놓았다
어둠은 내 안에 뿌리를 내려 빛과 같은 방향으로 자라났다
그 조용한 광합성을 아무도 목격하지 못했다
거기서 자란 것은
식물도 감정도 아닌
그림자가 품은 잊힌 기억의 혈관들이었다
그 혈관은
오래전에 부서진 이름 하나로 이어졌고
그 이름의 가장자리를 더듬다
나는 처음으로 울음을 배웠다
밤마다 잊힌 것을 기르는 일은
한때 나였던 것과 다시 손을 맞잡는 일이었다
이제 내 그림자는
나보다 단단한 몸을 가졌다
달빛을 씹는 법도 허기를 눌러 재우는 법도 나보다 먼저 익혔다
이제는 배고프지 않다
달빛이 떠난 자리에서
나는 마침내 나를 껴안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림자는 나를 삼켰고
달이 뜨지 않는 밤, 나는 조용히 피어났다.
댓글목록
힐링링님의 댓글
날마다 달빛을 끓어 먹는 내 그림자가 자란다
다를 다 먹고 난 밤
더 이상 어두울 곳이 없어
나는 허공에 몸을 놓았다
달빛은 식물처럼 나를 키웠다
이 시의 제목처럼
이 세 줄로 압축해보면
시인님의 내적 고뇌를
이처럼 밀도 있게 펼쳐 놓은 것을 봅니다.
그냥 읽고 지나칠 수 없는
내적 시의 장치는 그만큼 심오하고
누구도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인 것을 다시금 입증해주고 있습니다.
어느 시인도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이 마력이
더 가슴 뛰게 합니다.
오랫동안 시의 여운을 가슴에 두고 싶은
수퍼스톰 시인님에게 큰 박수를 보냅니다.
수퍼스톰님의 댓글
허기와 결핍의 시간이 어떻게 보면
저를 성장시키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좋은 말씀으로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건필하십시오. 힐링시인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