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악에 별을 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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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 너머,
동토의 고통을 건넌 가로수의 여린 이파리들이
성긴 바람에 흔들리는 것처럼,
나는 치과 진료 의자에 앉아
밀려오는 마취 주사의 공포에 눌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속으로 떨고 있었다.
간호사가 수술 도구를 점검하며
차가운 스테인리스 트레이 위에
도구를 얹을 때 튕겨 나온 소리는
드라이 마티니의 얼음보다 더 차갑게 고막을 자극했다.
눈과 귀를 동시에 앓아야 했다.
처참히 무너진 입속의 성곽을 다시 축조하려면,
몸을 벗어날 수 없는 감각들은
처음부터 경악해야 했다.
잇몸이 마취용 주사기에 낯을 가리기 시작했고,
입속 파도치는 기계음은 공포를 부풀렸다.
구겨진 입술 위로 남았던
방랑의 무늬가 되살아났다.
파도가 칠 때마다 손과 발이 오그라들고,
진료 의자 등받이에 몸을 가라앉히는 동안
내 몸을 가로지르는 바다를 잠가야 했다.
부실한 꿈을 깨물다가 무너트린 내 시간도 함께 잠겼다.
심장은 바람 없는 겨울 하늘 속에서 떨고,
숨은 물 속에 갇힌 별처럼 반짝였다.
어느 순간, 하늘과 땅의 위치가 서로 뒤바뀌었다.
의사가 별의 뿌리를 상악에 심는 동안,
간호사는 붉은 바다를 퍼내고 있었다.
나는 그 붉은 파도 사이에서
처음으로 몸과 시간, 공포와 기억이
한꺼번에 새겨지는 소리를 들었다.
뼈에 새겨진 문자가 태어날 때의 아픔,
그 가장자리 가까이에 내가 있었다.
그리고 나는, 아직 말하지 못한 모든 떨림과 함께
별과 바다, 그리고 문자를 안고 일어섰다.
댓글목록
힐링링님의 댓글
수퍼스톰 시인님!
그간 아무 소식도 전하지 못한 채
오랜 시간을 보냈습니다.
피치 못한 일로 침묵으로 일관 했습니다.
세상사 일은 시간을 두고 보니 하나 하나 풀려가는
깊은 지혜의 깨달았음을 발견했습니다.
이젠 시인과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에
마음이 놓입니다.
그리고 문자를 안고 일어섰다
시인님의 예언처럼
이렇게 인사를 올릴 수 있는 것으로
영광이 아닐 수 없습니다.
못다 한 말들을 시 속에 녹여 풀어내겠습니다.
스퍼스톰 시인님!
수퍼스톰님의 댓글의 댓글
힐링시인님, 마치 잃었던 도반을 만난 듯 너무 반갑습니다.
저는 문제가 풀리면 반드시 다시 오실 것을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글로 다시 만나 뵙게 되어 기쁨니다.
언제나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빕니다. 그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힐링시인님.
최현덕님의 댓글
상악에 심은 별이 미소지으면 내일 해는 더 반짝일겁니다.
어둠이 씹혀야 불빛이 밝아지듯이요.
큰아들이 칫과 전문의이어도 의자에만 오르면 저역시 두렵습니다.ㅎ ㅎ ㅎ
잘 견디셨습니다. 설 명절 잘 쉬시길 기원합니다.
수퍼스톰님의 댓글
6개월에 걸쳐 치과 치료를 받았는데 2월 말에 마지막 치료 예약이 되어 있습니다.
주사 공포증이 있어서 주사기만 보아도 손발이 오그라 들고 몸이 경직됩니다.
치아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으면 곧바로 치과 치료를 받는 게 돈 버는 건데
잇몸이 붓고 치아가 흔들려도 대충 일반 약국의 약으로 버텼더니 호미로 막을 거 불도저로 막은 격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시인님.
콩트님의 댓글
치과 치료는
그 통증이 유전자에 각인된 형질 같아서
치과를 방문한다는 사실 만으로도 힘이 듭니다.
치료받으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행간을 걷는 중에
<부실한 꿈을 깨물다가 무너진 시간> 이 부분에서
제 자신과 살아온 날들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시인님~^^
수퍼스톰님의 댓글
임플란트를 심는 게 이렇게 힘든 줄 몰랐습니다.
매번 두 세방씩 잇몸 마취 주사.....
아무리 잘 심어도 원래 치아의 80% 정도 효과만 있는 것 같아
평소 치아관리가 정말 중요함 새롭게 느꼈습니다.
늘 건필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꽁트시인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