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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시의 바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330회 작성일 26-02-05 09:01

본문

근시의 바다 / 김 재 숙 

 

언어들이 도망쳤다 나만 모르게

그가 주고 간 주머니칼로 흑점 부근의 얼룩을 쫓아

하얗게 앓는 백반의 언어를 찔러 보았지만

더 이상 어쩌지 못했다

치명적이게도

입 속 버글 거리는 온갖 낱장의 말들이 어제의 그림으로

풀려나와 그도 나도 들을 수 없는 무언의 뭉치로

언어를 굴리고 있었다는 것

물기 젖은 바람이 멀리서 불고

목소리는 갈라져 절규로 파도치는

이젠

시간 안으로 다시 돌아 갈 순 없다는 것에

그러니 만큼 사라진 온기는 누구의 것도 아닌

이미 순한 그림의 한 조각으로 깨뜨려 버린

치사한 말장난으로 남아버렸다는 것

 

사막 한가운데 선인장처럼 무성한 가시로 서로를 찌르고 있는

바라보고 만지고 귀 기울여 듣는 어떤 외설의 중간어디쯤에서

근시의 눈은 바다를 보고 있다

 

헤아릴 수 없는 나의 눈이 마구 쏟아지고 구부러지는 언어만 중얼거리듯

오늘의 근시를 비틀거린다.

 

댓글목록

수퍼스톰님의 댓글

profile_image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사라질 줄 알면서 가까이 흐려지는
마음 속 바다의 파도,
끝내 닿지 못한 채 오늘도 언어가 조용히 비틀거리네요.
바쁘셨나 봅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김재숙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간이 넘칠수록 더 게을러 집니다.  찾아주셔서 넘 감사드립니다.   
어느 책 표지에 "시인은 자신을 즐겁게 하기 위해 시를 쓴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저는 지금 버거움으로 시를 바라 보는데.  피식 웃다가 참 나는 시인이 아니지 하고 생각하니 마음이 좀 나아지네요

시인님은 늘 건강하시고 향필하시길 기원합니다~~~^^

cosyyoon님의 댓글

profile_image cosyyoon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랫 만에 시인님의 옥고를 만나니
반갑네요.

항상 의표를 찌르는 언어와 신선한 표현에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건필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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