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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밤을 주우며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상당산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86회 작성일 23-10-19 20:13

본문

 

할아버지 산소에 때늦은 추석 성묘 길

산소 옆의 제법 큰 밤나무 한 그루

여름내 햇살 빨아들인 푸른 밤송이가

까슬까슬한 다갈색으로 저 혼자 여물더니

단단한 마음의 문을 열고 제 속을 비우며

갈색의 토실토실한 알밤을 토해냈다.

 

답답함에서 기어 나온 알밤을 주우며

어렸을 적 극성맞은 동네아이들이

새벽같이 우리 집 뒤 밤나무 밑에 얼쩡거려

어머니의 날선 알람소리에 옹송그린 채

이슬 머금은 풀섶을 뒤지며

반들거리는 알밤을 줍던 생각이 난다.

 

제 속을 보이지 않는 고집 센 밤송이

포기하지 않는 내 욕심은 밤송이를

발로 밟고 고집을 벗겨내어 겨우 빼낸 알밤

등에 땀이 차고 손에 박힌 욕심은

까실거리는 통증을 느끼면서도

봉지 구들썩하게 들어앉은 알밤에 깜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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