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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등대빛의호령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11회 작성일 23-06-14 00:46

본문


1.

오지 않을 걸 알면서 기다리는 사람처럼 달을 봤다


2.

역시 밤은 길고 쓸쓸하여야 달에 의지할 맛이 난다


3.

이 내가 외로운 밤에 어딜 보고 계시길래 미모를 한쪽만 내었는가 반월이여


4.

밤에 우는 새처럼 쏘아 올린 고독의 사거리는 달에 부딪힌 메아리로 혼잣말을 권한다 보고 싶다고


5.

그리움에 관해선 달보다 솔직한 거울을 본 적이 없네 내 그리움이 추운 곳에 있다


6.

전신주 뒤로 얼핏 흰 고양이가 가까이서 보니 창백한 잡동사니 

다시 멀리서 보니 역시 흰 고양이라 달빛의 묘사력이 범상찮다


7.

전구가 빛날 자리에 대신 달이 찬 깨진 가로등을 애꾸눈 길괭이가 제 잃어버린 눈알이라며 운 거 같다


8

까만 벌판마다 풀벌레가 울었다

외계와 호환 언어처럼 별빛이 장단 맞춰 반짝이는 그 곡조는 만월이 가까워지면 더 절실해져

듣는 내가 덩달아 달빛 한 모금 목말랐으니 아쉽게 달 냄새라도 맡으련 듯 코끝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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