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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엄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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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그루터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82회 작성일 23-03-31 09:28

본문

도화지에 선을 그었다 풋내 나는 

 

야산을 개간한다고 사슴벌레 집을

유월이면 처자들 잠 못 이룬다고 밤나무를

베어냈다

전기톱이 지나간 자리마다

선이 생기고 하늘과 땅의 경계가 생겼다

구덩이를 파고 산 것들이 버린 두엄을 가져다 부었다

지난 해에 장례식을 치른 풀도

 

두엄에 꿈들이 살고 있다

가을밤에 댓잎 스치는 소리를 가슴에 품고

눈 내리는 사선을

넘을 수 있었다

 

과수를 심을 구덩이를 가로질러

사람들이 선을 긋고 왕래했다

밤으로는 무풍지대

낮으로는 개구쟁이의 전쟁터

선을 넘어서면 안 된다

흙을 뭉쳐 적의 구덩이에 투척하면

우수수 쏟아지는 두엄의 꿈

그 꿈이 사람을 슬프게 한다

 

아파트 건설 현장이 헐떡이고 있다

상수도와 하수관이 파묻히고

지중선이 깔리고

변전소의 패널을 올리면

그 야산은 아비를 잃고 헛곡을 했다

흙과 레미콘을 덮으면

땅속의 두엄을 영원히 찾을 수 없다

 

공사장 인부가 유적지를 탐사하듯

나침판을 이리저리 돌리며 잃어버린

두엄의 선을 찾고 있다

목성의 칠십구 개의 위성

고리를 추적하고 있는 것이다

 

행여 그곳에 사슴벌레가 살고 있을까

 

상수도 관로 안에서 두엄의 풋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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