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의 경계에서 태어나는 은빛 > 창작시의 향기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창작시의 향기

  • HOME
  • 창작의 향기
  • 창작시의 향기

     ☞ 舊. 창작시   ☞ 舊. 창작시   ♨ 맞춤법검사기

 

▷모든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무단인용이나 표절금합니다
▷시스템 오류에 대비해 게시물은 따로 보관해두시기 바랍니다
1인 1일 1편의 詩만 올려주시기 바라며, 초중고생 등 청소년은 청소년방을 이용해 주세요
※ 타인에 대한 비방,욕설, 시가 아닌 개인의 의견, 특정종교에 편향된 글은 삼가바랍니다 

면의 경계에서 태어나는 은빛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0건 조회 395회 작성일 26-01-15 09:27

본문

 

면도기는 스스로의 손잡이를 잊은 채

새벽의 뒤쪽에서 태어난다.

그곳에서는 시간이 골목처럼 휘어 있어

앞선 순간이 뒤꿈치로 밀려오고

아직 오지 않은 과거가 턱선 위에 굴러다닌다.

 

칼날들은 숫자를 모른다.

대신 꿈의 두께를 단위로 잘라내며

무표정한 공기 속에서

피도 없고 피부도 없는 면이라는 개념만을 다듬는다.

 

나는 손을 뻗지 않았는데

손이 먼저 나를 쥐고 있었고,

그 손의 중심에 면도기가 무중력의 꽃처럼 피었다.

그 꽃잎은 닫힐수록 열린다.

 

거울은 한 번도 나를 반사한 적 없었다.

대신 얼굴을 잃어버린 나들이

여럿 겹쳐진 지도처럼 흔들렸고

면도기는 그 경계선을 따라

뿌리가 없는 털들을 아마도 라고 속삭이며 베었다.

 

수염은 떨어지지 않는다.

대신 작은 점성의 구(sphere) 로 응축돼

바닥으로 떨어지기 직전

네 번째 방향으로 미끄러져 사라진다.

그 자리에 남는 건

표면인지, 기억인지, 혹은 빈 공간의 문장인지조차

판별되지 않는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찰나,

면도기는 나를 펼친다

책처럼, 혹은 지도처럼, 혹은

갑자기 나도 모르게 등장한 함수를 풀어내듯.

그러나 읽을 수 있는 쪽은 아무 데도 없다.

그저 매끄러움이 하나의 언어가 되고

그 언어가 나의 음성 대신 공간의 골짜기로 흘러간다.

 

그리고 나는 깨닫지 못한 채 깨달았다고 믿는다.

면도기는 실체가 아니었고

차라리 잘린다는 사건의 잔향 같은 것이었음을.

댓글목록

콩트님의 댓글

profile_image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보통 경계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이쪽과 저쪽을 딱 잘라 가르는 면도날처럼 날 선 실선이 떠오릅니다. 경계가 선이 아닌 면이라고 가정한다면  그 애매모호한 구역에서 좀 더 치열하게 이쪽과 저쪽을 오래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골목처럼 휘어 있다는 표현이 너무 좋아 몰래 주머니에 넣고 가져갑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이장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각연 하나 하나 표현들이 참 좋네요.콩트 시인님이 말하신 골목처럼 휘어 있다는 표현 저도 좋습니다.
면도를 하면서도 난 이런 시 한 번 쓰지 못하고 쩝~ㅎㅎ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늘 건필하소서, 수퍼스톰 시인님.

수퍼스톰님의 댓글

profile_image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매일 아침마다 얼굴에 면도날을 대야 하는 번거로움,
현실과 초현실의 경계 위에서 저와 아침을 다듬고 난 잔향을 그려 보았습니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건필하십시오. 시인님.

창가에핀석류꽃님의 댓글

profile_image 창가에핀석류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면도기 하나로도 이렇게 좋은 시를 빚으시는 군요.
잘 감상하고 갑니다,
몰아일체의 경지를 느낍니다. 수퍼스톰 시인님~

수퍼스톰님의 댓글

profile_image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부족한 글에 과찬이십니다.
요즘 시상을 낚는 것도 어려워 책을 보다가 운 좋게 키워드를 얻으면
그걸로 고민해 보는 상황입니다.
늘 건필하소서 시인님. 감사합니다.

코렐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미지로 시를 쓰시는 데 관심이 있으시다고 하시니, 한 말씀 드리면, "개념"을 직접적으로 지칭하는 것이, 이미지 시에는 가장 큰 적입니다. 말로 그냥 설명해버리려는 것 - 그 직접성이 쓰는 이에게는 유혹이 강하죠. 내 속에 있는 것을 마치 읽는이에게 던져버리듯 투사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이미지 시에는 큰 적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이렇게 생각하라 하고 지시하는 것도 이미지 시에는 큰 적입니다. 쓰는 이 입장에서는 큰 유혹이죠. 내가 생각하는 것을 독자 마음에 그대로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까요.

이런 것을 모두 배제한 채 순수하게 언어로만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보는 것이 순수시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미지 시에 한정해서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Total 40,982건 15 페이지
창작시의 향기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40002 a2gi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9 01-20
40001 그대로조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5 01-20
40000 목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7 01-20
39999
말하자면 댓글+ 3
미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5 01-20
39998 나비처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5 01-20
39997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3 01-20
39996 목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3 01-20
39995 청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4 01-20
39994 장 진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8 01-20
39993 페트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3 01-20
39992 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8 01-20
39991 넋두리하는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0 01-20
39990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2 01-19
39989 태마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9 01-19
39988 아몬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9 01-19
39987 청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2 01-19
39986 11기베이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7 01-19
39985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3 01-19
39984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8 01-19
39983 cosyyoon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1 01-19
39982 10년노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9 01-19
39981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9 01-19
39980 목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9 01-18
39979 11기베이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5 01-18
39978 청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8 01-18
39977 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9 01-18
39976 10년노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0 01-18
39975 넋두리하는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3 01-18
39974 아몬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2 01-18
39973
컨디션 댓글+ 1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4 01-17
39972 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8 01-17
39971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5 01-17
39970 목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8 01-17
39969 청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7 01-17
39968 장 진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8 01-17
39967 cosyyoon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9 01-17
39966 11기베이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7 01-17
39965 그대로조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9 01-17
39964 탱크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3 01-17
39963 아몬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9 01-16
39962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0 01-16
39961 목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2 01-16
39960
겨울 나무 댓글+ 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3 01-16
39959 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4 01-16
39958 청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4 01-16
39957 목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6 01-16
39956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9 01-16
39955 넋두리하는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1 01-16
39954 페트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6 01-16
39953 10년노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8 01-16
39952 탱크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5 01-15
39951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0 01-15
39950
민들레 댓글+ 4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6 01-15
열람중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6 01-15
39948 페트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0 01-15
39947 넋두리하는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9 01-15
39946 修羅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3 01-15
39945 장 진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2 01-14
39944 아몬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0 01-14
39943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9 01-14
39942 11기베이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9 01-14
39941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5 01-14
39940
휘발유 댓글+ 2
cosyyoon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9 01-14
39939 목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6 01-14
39938 페트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7 01-14
39937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9 01-14
39936 넋두리하는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1 01-14
39935
전철안 댓글+ 2
나비처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7 01-13
39934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2 01-13
39933 11기베이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9 01-13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