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수제비에 묻은 이름
페이지 정보
작성자본문
주천강가에서
작은 돌 하나 주워 손바닥에 올려놓았다
삼킨 속울음이 돌에서 스며 나왔다
자기 몸에 감긴 시간을
얼마나 오래 물에 풀었으면
이토록 매끄럽게 다듬어 졌을까
그렇게 되기까지 돌에 부딪힌 물의 어깨는
몇 번이나 탈골을 반복했을까
이 조용한 돌이 그날 어두운 물속에서
홀로 가라앉던 이름을 기억할지도 모른다
물에서 건져 올린 그 이름은 끝내 마르지 않았다
목소리를 내려놓은 그 젖은 이름 앞에 서서
나는 두 번 절을 올렸다
말도 안 되는 오답으로 하루를 메웠던 나의 괄호,
그 아래엔 아무 밑줄도 그을 수 없었다
나도 모르게 일어난 일이었다면
잔설 아래 매몰된 시간이 차라리 내 편이었을까
강산이 몇 번 변하고 나서야 다시 이곳에 왔다
뜨고 지는 해를 따라다니다
내 몸은 어느새 노을 쪽으로 기울었다
내 손에 쥔 돌에 질문을 얹어
주천강이 읽도록 물수제비를 띄워보려 한다
그때 왜 그의 이름을 적셨는지
그리고 지금껏 얼마나 많은 이름을 눕혀 왔기에
원망의 돌을 맞고
너의 등이 이토록 멍들었는지.
댓글목록
미소님의 댓글
주천강에 가라앉은 잊히지 않는 이름...
조약돌처럼 다듬어진 이름
젖어 지금껏 마르지 않는 이름
잘 읽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주천강에 대한 화자의 감정이 원망 미움처럼 읽힙니다
좋은 시 읽고 갑니다, 수퍼스톰 시인님
수퍼스톰님의 댓글
네. 바로 보셨네요.
오래전 모 대기업 중간 간부로 근무할 때 저의 부서 야유회를 주천강으로 갔었는데
그곳에서 유능한 부하 사원을 잃었습니다.
손 쓸 틈 없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너무 허망하고 지금까지도 아픔으로 남아있네요.
가고 싶지 않은 곳이었지만 훗날 다시 찾았는데
아무일 없었다는 듯 흐르는 강물이 너무 원망스러웠습니다.
늘 건강하십시오. 미소시인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