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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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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07회 작성일 22-09-07 00:51

본문

서시 



버려진 나오시마섬의

폐교라고 하자. 담이 없는 운동장. 운동장 바깥은 그냥 

눈 안 한가득 차오르는 에메랄드빛 바다. 연보랏빛으로 옅게 빛나는

등나무꽃들. 교실 창에는 커튼이 쳐지고 

선생님이 치시는 풍금소리. 한 장 한 장 이 이미지들을

넘겨 보시라. 폐교의 건물들을 어루만지는 

한여름 바람에 귀 기울이시라. 그대는 오히려 

유리창을 조용히 흔드는 정적과 

외로움에 황홀하리라. 아이들이 없는 교실 안 의자에 

직박구리새가 앉았다. 언어를 치워버린 이미지 안에 

수평의 날갯짓이 어린다. 일렁이는 녹음도 들린다. 하루에 한번

폐교 곁을 스쳐가는 낡은 버스도,

소녀를 태운  

한번 다다른 절정에서 스물여덟 송이 

낙하하고 있는 중

이리라. 칼날같은 시어에 

해체되어 가는 소녀. 

아,

눈부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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