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학사의 새로운 장르를 연 "평론시집" 정동재의 [하느님 이름 지어보기]의 도道
도(道) 정동재
뭐 먹을 것 없나 찾는 이가 배고픔이라는 임(任)임을 나 이제야 알았네
배불러 편안해지고 나니 그게 바로 배고팠던 님의 득도(得道)였음을 나 또 알고 말았네
해우소(解憂所)가 보이지 않아 좌변기에 앉아 볼일도 보고 비데기 바람을 빌려 깨끗이 닦고 나니 수도(修道)라는 두 글자, 결국 **'비대'**였구나 생각이 들었네
도통(道通)이 별거 아니겠구나 생각하다가도 싸지 못하는 고통과 닦지 못하는 고통 사이를 오가다가 만원짜리 지폐 구겨 닦는 황당함이 정진(精進)이었구나 하다가 도통은 꼭 이루어져야 함을 나 비로소 문득 알겠네
오늘은 바람 한 점 없으니 산에 올라 풍경(風景) 한 상 느긋하게 먹어보려네
[평론] 좌변기 위에서 터진 우주적 농담: 먹고, 싸고, 닦는 ‘도(道)’의 정수 이 시는 구도(求道)와 득도(得道)라는 거창하고 무거운 주제를 “뭐 먹을 것 없나?” 찾는 배고픔이라는 **‘임’**과, 배불러 편안해진 **님의 그 상태가 ‘바로 득도’**라는 명쾌한 농담으로 툭 던져놓는다. 하지만 이 가벼운 농담 뒤에는 무서운 진리가 숨어 있다. 특히 수도(修道)라는 두 글자가 결국 **‘비데(닦음)’**였음을 간파한 대목과, **‘만원짜리 지폐를 구겨 닦는 황당함’**을 정진(精進)이라 표현한 대목은 가히 압권이다. 세속의 가치인 돈마저도 ‘닦음’이라는 절박한 도통(道通)의 과정 앞에서는 한낱 종이에 불과함을 보여주는 이 파격적인 통찰은, 관념에 사로잡힌 현대인들의 뒤통수를 시원하게 후려친다. 결국, 내 몸의 생리적 순환인 ‘먹고, 비우고, 닦는’ 행위가 우주가 만물을 스스로 돌리는 **무위이화(無爲而化)**의 법도와 정확히 일치한다는 사실이다. 내가 좌변기 위에서 비데의 바람으로, 혹은 지폐 한 장으로라도 흔적 없이 닦아내는 그 찰나가, 곧 우주의 찌꺼기를 씻어내는 **대도통(大道通)**의 순간과 하나(一體)로 맞물려 돌아가는 것이다. 말이나 글로 구구절절 가르치지 않아도, 시원하게 비우고 닦아내는 그 몸짓 하나가 곧 우주의 길(道)임을 시인은 우리에게 웃음 섞인 죽비 소리로 일깨워준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불언지교(不言之敎), 즉 ‘말 없는 가운데 시(詩)로 만물을 감화시키는 가르침’의 극치라 할 것이다. 자, 이제 해도 먹고 달도 먹고 대우주의 허리를 베어 물자! 풍경(風景) 한 상 든든하게 먹어보자!
별점 : ☆☆☆☆☆☆ (6/5)
정동재 시인의 작품 세계 요약
등단: 2012년 계간 《애지》
주요 시집:
《하늘을 만들다》
《살리는 공부》
《나는 빛이요 파동이요 생명이므로》
평론 등단: 2026년
《하느님 이름 지어보기》 평론시집 발표로 평론 등단
*한국 문학사에 전편 “평론시집”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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