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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틀니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7건 조회 1,104회 작성일 21-10-22 12:24

본문

  어머니의 틀니 





  우리집 아이보리색 머그잔 물속엔 어머니가 담겨 있다


  반여동 친구 만나러 나가시던 울 어머니

  현관문을 다시 열고 들어오시더니

  야야 내 정신 좀 봐라 내 이빨을 놔두고 나왔네,

  얼른 챙겨선 밖으로 나가신다


  누군가를 대신한다는 말은

  누군가를 대신해 웃음과 울음을 가진다는 것


  어릴적

  연한 고기는 우리 주시고

  고무 같았던 고기를 뜯으며

  오래도록 질긴 세상을 씹으시던 이빨이었다


  그 두껍고 질긴 세월들 떠나보낸

  늙으신 어머니 속에 대신 들앉은 아홉 개의 하얀 틀니


  어머니 대신 가느다란 오후의 햇살을 씹고 있다


  오늘은 밤새 동백 이파리에 는개 맺힌 날

  호수 같은 머그잔 물속에서

  우리 어머니,

  하릴없이 가버린 꿈을 씹고 계신다


  어릴적 나를, 

  가만히 깨물고 계신다

  

  

  

  

  


  

 

댓글목록

이장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머니 대신 가느다란 오후의 햇살을 씹고있다]

[어릴적 나를
 가만히 깨물고 계신다]

질긴 세상을 깨물었다는 말이 가슴이 뭉클거립니다
어머니 그 자체 가슴뭉클 하죠.
곳곳의 좋은 표현도 좋지만
가슴 뭉클한 시를 접하니 조금은 숙연해 집니다.
우리 어머니는 아직 낡은 이빨로 조근조근 씹으십니다.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모든 어머니에게 나라에서 상을 줘야 하는가 싶군요.
늘 건필하소서, 너덜길 시인님.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늘 시보다 더 진한 말씀으로 용기를 주시는군요.
지금도 우리집 찬장엔 어머니 틀니가 담긴 머그잔이 놓여 있습니다.
어머닌 거길 왔다 갔다 하시구요.
언젠가 제게도 그럴 날 오겠지요.
맑고 깊은 가을의 오후입니다.
늘 건강하시길 빕니다.

tang님의 댓글

profile_image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형형색색 환희로 그리움 대상이 되어준 그대 높음 만한 어짐,
무수한 인고와 저항에 굴하지 않는 풍요로 가는 인색함이
부름할 때면 늘상 갈 곳에 대한 물음에 답이 외길 하나였습니다

하늘시님의 댓글

profile_image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머니의 틀니가 참 예쁘고 감동적입니다
우리 어머니도 틀니를 하고 계시는데
잇몸만개한 웃음이 생각나네요
너덜길 시인님의 시가 가슴을 따뜻하게
하네요
고맙습니다^^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제가 시마을에 오는 기쁨 중 하나가 하늘시님이 돌아오셔서 왕성히 활동하시는 모습을 보는 것입니다.
올려주시는 시들 늘 반가운 마음으로 잘 읽고 있습니다.
제 자그만 시에 커다란 마음 보태주시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늘 건강, 건필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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