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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옷소매*(1차퇴고)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202회 작성일 21-10-07 00:02

본문

푸른 옷소매*


            날건달




샹젤리제를 걷다가

패션모델이 되었다가

무대에서 백턴을 하고 풀턴을 하고 더블턴을 하였지만 디자이너는 끝내 유턴 신호를 깜박이지 않았다


몽테뉴 거리에 도착했다

길섶에는 청춘의 속살을 발라낸 시절을 매장한 뼈 무덤이 뻥 뚫린 가랑잎 더미로 솟아 있었다


길모퉁이에 불안장애를 앓고 있는 아이가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아이는 어스름으로 칭칭 싸맨 젖은 하늘을 정수리에 이고 있었다

아이는 바닥으로 시선을 한곳에 고정한 채 손가락으로 흙바닥을 휘젓고 있었다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

내 마음 따라 피어나던 하얀 그때 꿈을

풀잎에 연 이슬처럼 빛나던 눈동자

동그랗게 동그랗게 맴돌다 가는 얼굴*


사랑도 가고 청춘도 가고

너도 가고 나도 가고

그 길가에 발광하는 오로라처럼 상공에 팔랑거리던 추억도 가고


남은 일이라곤

종일 양지에서 갈바람에 채이는 구겨진 신문지가 바스락거리고

통행금지를 알리는 사이렌의 성대결절로

영정 사진을 찍고

수의를 장만하는 일


아, 가을은 누렇게 익어 벌겋게 깊어만 가는데,



*본 윌리암스

*얼굴(동요)

댓글목록

창가에핀석류꽃님의 댓글

profile_image 창가에핀석류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누렇게 익어 벌겋게 깊어가는 가을...
단풍이 온 산을 물들이면 계절도 수의 한 벌 마련하는 셈이군요.
모든 푸른 것들의 장례식장에서 애가를 부르는 심정으로
이 글을 읽었습니다. 곱고 애틋합니다~^^

날건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래간만에 지인들과 즐거운 라운드 다녀왔습니다.
초록은 언제나 사람을 기분 좋게 하더군요.
집에 도착하여 뒷정리하고
제가 좋아하는 오페라의 아리아를 들으며 시마을에 접속하여
저의 졸 글에 주신 시인님의 댓글까지 읽으니 기분이 참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황금연휴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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