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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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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10년노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81회 작성일 21-09-14 00:56

본문

검은꽃이 가슴을 연다
담쟁이 타고 올라 꽃잎을 들여다보고
궁금한듯 손으로 쓰다 듬는다
뭉껑 거리는 꽃속에는 작은 우주가 있었다
깜깜한 밤이면 더욱 그랬다
얼굴 없는것들은 꽃속에서 태어나 병정처럼
길가를 걸어다녔고 사랑하는 여자친구는 꽃속
구석진 곳을 골라 웅크리고 있었다
꽃은 활짝 폈지만 보이는거라고 온통 까만
보이지않는 꽃이 피었다
그림 속의 꽃처럼 꽃을 더 잘그리고 싶어했지만
결국 꽃은 가슴에서 피고 진다
눈물이 녹은듯 촛농이 녹은듯 꽃은 시들어갔고
다시 필 수 없는 꽃의 운명에 넝쿨의
손아귀에 걸려 꽃술의 불씨는 사그라 들었다
넝쿨에 걸려 발부둥 쳐도 빠져 나갈수가 없었다
바닥으로 우주가 쏟아진다 이건 생전
처음 격는 일이었다
웅크리던 우주의 기나긴 길을 다시 떠나며
별들을 하나하나 여행하고 점점
더 멀어지다 수도꼭지를 잠그지 않아
온통 은하계였다
방안은 여행을 떠난 주인처럼 텅비어
먼저갔는지만 알고 왜 갔는지는 모를
창틀에 피어난 시든 꽃의 자국만 만지작
거릴 뿐이였다
기억한다 쓸쓸한 모습을 맥주한잔
건네며 싱크대에 기댄 잘생긴 뒷모습을
그림이 삐뚤거려 불만이였던 마지막 기억을
10년은 넘게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걸 안다
그래야 그대에게 선물 할 수 있는 화가가 된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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