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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구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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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사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45회 작성일 25-11-15 05:00

본문

물구나무



길을 잃고

지구를 한 바퀴 돌고 온 친구가

배낭에서 조그만 씨앗을 하나 꺼내

선물로 주었다

 

땅 속으로 뻗어가는 건 가지

허공을 움켜쥐는 건 뿌리

   

열매는 의혹처럼 단단하지만

맛이 좋고

껍질째 먹을 수 있다고 했다


조그만 아파트에 사는 내게

이걸 어디에 심으라고 주는 걸까

 

난센스 퀴즈인가

   

어둠을 파내려갈수록

머리가 무거워졌다

거꾸로 서 있을 때도 그랬다

   

그 겨울은 길고 추워서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아픔과 슬픔에게

긴 편지를 쓰면서 보냈다

  

눈이 녹자 문득 한 곳이 떠올랐다

      

내 가슴 깊은 곳


나는 친구가 준 씨앗을

그곳에 심고 커튼을 걷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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