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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눈꽃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왕상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1,268회 작성일 21-06-04 11:11

본문

아내의 눈꽃

                          왕상욱


어느날

소파에서 곤히 잠든 아내의 흰머리가

짠하고 아리게 눈에 밟힌다

함께 한 녹록지 않은 세월 투닥거리며

쌓아온 미운정 고운정

농사로 따지면 수천 가마니 족히 채웠으리

젊은 날 산으로 들로

미친 놈 마냥 싸돌아 댕겼으니

말 한 들 무엇하리


커튼 친 아내의 외로운 창가엔 밤새

휘영청 달빛만

깜박깜박 허허롭게 졸고 있었으리

세속 부부의 인연으로

꽃등 밝히고 잠시 돌아 앉으니

서리 맞은 세월이

찰나의 속도로 하얗게 눈꽃을 피워냈다


손등엔 무심한 검댕이 불청객

순례하듯 밀려들고

가꾸지 않고 물 한 번 안주어도

하 나 둘 쑥쑥 자라

연민의 세월을 아프게 들이민다


무상한 세월이 시리다

어두운 창밖 십자가에 걸린 영혼은

하늘에 닿아 붉게 익어가고


숲은 어느새 잎새 노라니

새들은 둥지를 떠나고

사랑의 줄기는 만리의 눈물을 머금었다


눈물 많은 나에게

어떻게 살았냐고 묻지를 마라

지난한 세월의 흔적

당신의 거울을 보면 내가 그속에

웅크리고 앉아있다


세월의 원심력에 오늘도 마른 눈물이

대롱대롱 매달려

속절없이 흔들리고 있다

댓글목록

이강철시인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강철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마지막 연에서 결착을 지었네요
초장중장의 슬픈 황혼을 종장에서 눈물로 장식하네요
정말 기승전결이 딱딱 맞아떨어지는 시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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