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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의 오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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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55회 작성일 21-05-03 09:33

본문

오케스트라 / 백록 

 



바람이 현악으로 타악으로 관악으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는

억겁의 연주다

지휘자는 당연 한라의 몫

봄날에 흐느끼듯 솔솔 불어오는 샛바람은

가느다란 현의 서곡이다

초록의 동태를 따라 장대비를 몰고 오는 마파람은

늘 씽씽 울어 재낀다

이윽고 천둥이 쿵쿵 대북을 두드리며 번개와 벼락을 부추기면

얼기설기 부둥킨 올레길 돌담들도 덜컥거리고

성난 파도에 부대끼는 갯바위들도 울컥거린다

침묵의 곶자왈이 울고

터진 내창이 불고

사방팔방 바당이 들락키고 

하늬바람을 품고 삼백예순 오름들을 오르내리며 울고 부는

울대의 통곡들

억억 울 할망 같은 억새가 울고

컥컥 울 어멍 같은 노루가 불고

마침내 어리목으로 성판악으로

칼바람 들이닥치는 순간

혼신이 허옇게 질린 한라가 펑펑 운다

꽁꽁 얼어붙도록

그것도 잠시 숨 고르는 시간

찰나일 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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