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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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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449회 작성일 21-04-07 00:33

본문

목련 




목련이 피는 속도는 내가 게으르크 트라클 시집의 책장을 넘기는 속도보다 빠르다. 아편 먹은 시인의 꿈이 잠 없는 종려나무 가지 아래 황금빛 두개골들을 열고 있다. 바다소리가 멀리서 들려오기도 한다. 트라클의 누이가 서성거리던 초봄 기차가 내뿜는 수증기가 바삐 걸어가는 사람들 사이를 어지럽히는, 시취 묻은 발자국들로 더럽혀진, 꿈틀거리는 천장이 자꾸 낮아지는 누이의 질(膣) 안에서 게오르크 트리클은 아편을 먹었고 나비들의 축제는 격렬하게 타오른다. 아프리카 남방나비들을 좇던 게오르크 트라클이 있었고 그의 누이가 있었다. 목련이 핀다는 것은 게오르크 트라클이 입 속의 아편을 그 누이에게 딥 키스로 옮겨준다는 것이다. 한 사람이 타버린 재가 다른 사람으로 태어난다는 것이다. 나는 분홍빛 따스한 혈관들이 통과하고 있는 백지를 꽃받침 위에서 펼쳤다. 그것은 화안하였으며 어떤 동작들도 배제해 버린 완벽한 침묵이었다. 나는 몇줄의 시들을 사정(射精)할 수 있었다. 나는 게오르크 트라클의 시 속에서 경련하는 빛깔들을 건져낸다. 수정같은 물방울의 껍질을 얇게 저며 프리즘을 만든다. 아편 먹은 게오르크 트라클의 꿈은 그저 고통에 불과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어느 새벽 베니스와 프라하, 취리히로 통하는 많은 기차들이 도착하거나 떠나가는 비엔나 역 플랫폼에 선 적 있다. 내 주변에 아무도 없었으며 어둠이 밀려들어왔고 침묵이 허연 입김을 허공 중에 퍼뜨릴 뿐이었다. 


     

댓글목록

미상님의 댓글

profile_image 미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훌륭합니다
시마을의 창방에서 저를 뛰어넘는 시인은 몇 없는데 그중에 한 명이 코렐리시인입니다
등단하지 않은 시인 중에서는 최고라고 봅니다
제가 수많은 기성시인의 시집을 읽었지만 이렇게 볼만한 시를 쓰는 시인은 몇 명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코렐리시인을 사랑합니다
뒤돌아보아도 후회하지 않을 시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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