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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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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359회 작성일 20-12-23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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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어둠이 어둠을 데리고 어둠 속을 걸어간다. 누구도 알지 못하고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외통 길의 끝자락에서 어둠의 무늬를 더듬거린다. 어둠의 긴 터널을 지나가면 해맑은 아침을 소망해 보지만 어둠은 이미 온몸의 감각을 무디게 하고 결국, 신경줄마저 끊어 버렸다. 발버둥 칠수록 더욱 조여오는 올무처럼 시퍼런 두 눈은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해구의 밑바닥으로 꺼져버렸다. 헤밍웨이는 희망을 잃어버리는 것이 가장 큰 죄악이라고 하였지만, 신이 아닌 인간의 이름으로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의 원천을 어찌 끄집어낼 수 있단 말인가? 입과 코가 잘린 사람들이 두꺼운 외투 속에 얼굴을 숨겨야 하는 작금의 거리에는 얼어붙은 황량한 풍경들이 당당한 걸음을 놓고 다닌다. 하루를 벌어야 끼니를 이어가는 사람들에게도 어둠은 뿌리 깊게 내려앉았다. 별 하나 보이지 않는 하늘도 목을 잡고 눕는 밤, 12월의 달빛도 어둠의 행렬 따라 길바닥으로 길게 드러누워 버렸다. 과실의 단물을 빠는 과일벌레처럼 희망은 그렇게 오는 것일까? 손에 꼭 쥔 휴대전화 스피커에서는 상여메김소리 같은 카치니의 아베마리아가 빛의 입술을 찔러버린 어둠 속 가시가 되어 온몸에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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