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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의 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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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2,435회 작성일 20-12-04 10:06

본문

/ 백록

 

언뜻, 백록담 기슭을 한참 머뭇거리는
먹구름의 표정을 읽고 있습니다

저 산을 덮고 있는 구름은
시시때때로 눈물을 흘린답니다
오늘 같은 날엔 몹시 허옇게 흘리지요
그 밖에 망망대해로 흘리는 눈물은
시퍼렇거나 혹은 시커멓답니다
그 사이 내게로 흘리는 눈물은
대체로 푸른 눈물이지요
허기를 적시며 어르고 달래는
축축한 눈길 같은
간혹, 지난날처럼 울긋불긋한 눈물
철철 흘리기도 하지만
그 울음은
억새의 몸살로 멀뚱멀뚱한 오름들을 들쑤시거나
노루의 신음으로 곶자왈을 파고들지요
그 소리는
아직도 눈물 다 못 흘린
이 섬의 망령들을 향한
초혼의 곡조랍니다

그 울음소리에 반응하는 이 섬의 동백들
겨울이면 어김없이 너도나도
꽃망울 터뜨린답니다
울컥 울컥하며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비틀기 / 백록



체조의 비틀기든 당구의 비틀기든
그런 소릴 하자는 게 아니다

서툰 솜씨로 말의 대가릴 비틀고 글의 허릴 비틀고 그 맥락의 꼬릴 비틀다
문득, 닭 모가지를 비틀던 생각이 파다닥거린다
지놈의 벼슬이거나 게놈의 헤게모니거나
주제에 목청을 꺾는 기술이랍시고
쉰 소리로 비브라토를 거들먹거리며
트로트 한 자락 붙들고 있다

마침, 비에 젖은 비둘기 실외기 위에서 비틀거리고 있다
하필 끽소리도 못하는 니가 왜 거기서 나오냐며
삐딱한 눈총을 겨누는 순간
파닥 파닥거리는데

날개가 있어도 날지 못하는 니 꼬락서니나
헛소리로 날갯짓하는 내 꼬라지나
도긴개긴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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