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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47회 작성일 20-11-22 00:26

본문

*




나만의 나로 충분하다





푸른 공기알은 까만 아스팔트에 구른다

나지막히 파이프 라인을 긁어대는 벽쪽에 수돗물 소리와 함께
씽크대에 풀어지는 딸그닥 딸그닥 새벽 시간을 굴리며
한데 모이거나 서로 훑어지는
이 도시
한쪽 끝에서 한쪽 끝으로 날이 날아오르면
변두리에서 중심으로 쏟아져 들어가는 가난한 가슴들과 함께
지하철에 싣는다
어디서나 서서히 파고드는 쇠약의 흔적이 드러나는
갸우뚱 갸우뚱이 까만 반투명 창문에 흔들린다
늘 그 타이밍 그 포인트 지점에 자리잡은
GPS 삼각 깃발 같이 친숙해진 얼굴들을 애도한다
여기 저기 코로나 마스크 속에 깨진 그리운 자음 모음의 일상이
무증상 감염자의 몸짓에 새겨진 기억을 흔들고 있다
슬픔이 담긴 문장들은 개개의 눈빛들 속에 해체되면서
문법의 인위적인 연속은 이심전심에 와닿는다

도시의 새벽 가로등이 꺼지는 한강 철교

누군가를 찾던
무언가를 찾던
상식적인 감정으로 사람 사이에 섞였던 한낮
차도 위에
차들은 소리없이 흘러 갔다

뚜벅뚜벅 뿌리내리는 걸음걸이는 쉼표다
삶도 미움도 실종된 축쳐진 눈길로 걷는 거리
우리가 서로의 따옴표로 지나쳐 갈때
그림자는 이름없는 별들의 먼지 속에 부유한다
한장 한장 넘겨지는 화면 속에 목소리들이 깨어나고
닫힌 대문들과 보도블럭 틈새에 노크하는 겨울바람은
녹쓴 불빛들 사이에 낡은 커튼을 흔든다
깊은 길모퉁이 더없이 조용한 한밤중
사진이 기억을 가지고 나를 기억한다

달빛에 녹아내린 구름은 은빛 겨울비가 되어 내리고
다시 말없는 벙거지모자처럼 내일이 계속되고
순찰차는 푸른등을 회전시키며 까만 아스팔트 모퉁이를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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