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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성적통지표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790회 작성일 20-11-03 17:48

본문

빛바랜 성적통지표 / 백록

 

 

 

고딩 동창들과 제 자랑질을 안주 삼아 잔뜩 취해버린

간밤의 술자리

각자의 과거를 들먹거리고 있었다

어쩌다 거짓말 같은 소리들

제 중딩의 성적이 이러쿵저러쿵

까불지 말라는 객기와 웃기고 있다는 호기의

삐거덕거리는 기 싸움이랄까

그야말로 흐리멍덩한 정신머리들

흡사 사춘기 취기였다

 

채 깨지 못한 숙취의 자존감이 창밖을 훔치고 있다

나무에 걸린 성적표를 들추고 있다

어느덧 울긋불긋해진 성취도

미적 미적거리는 단풍들의 표정이다

그 아래로 우수수 떨어진 낙엽들의 점수들

건들바람에 가랑가랑 나뒹굴고 있다

지난날 초록의 진한 잉크들은

양껏 말라버렸다

이 계절의 감정처럼

시들시들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늙은 흥분 / 백록



탐스런 감정들의 오르가슴을 향한 흥분의 사위다
주절주절 노랗게 유혹하고 있다
저물녘 낯 붉어지는 노을에게 대뜸
감춰 둔 대추 내놓으란다
싫다면 늙은 고추라도 얼른 꺼내라는데
어찌 떫다. 아니 무지 느껍다
줄곧 허접한 아랫도리
무척 후들거린다
덩달아 흐물거리는 나의 시
누가 씹을까 몹시 맵다며
지금은 방뇨가 노상을 훔치는
음흉한 시간이라는데
젠장, 뭔 소린지

김태운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노인 / 백록


당신의 표정은 어쩜 보행기에 실린 유아기다
반면, 주름으로 읽히는 감정만큼은
감히 헤아릴 수 없는
번뇌의 곡절이다

그런 당신의 몰골은 언뜻
어느 섬의 일몰을 품은 초상이다
환절기 마른기침의 소리로
할! 하는 순간 곧바로
욕설 같은 망이 울컥 떠오르거나
골방과 추방이 뒤섞인 방으로
하르르 비치는

당신은 사실
내일의 잉태를 희망하며 세월의 강을 거슬러 오르는
모천회귀의 행동거지다
혹은, 신의 경지를 지향하는
해탈의 근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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