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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역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1,358회 작성일 20-10-29 08:08

본문




혼자 간이역으로 갔더랬습니다. 새벽이었습니다. 동무들은 하나하나

잠자리 날개처럼 수선화 꽃잎 끝에서 떨리다가 

열차를 타고 은하수로 갔습니다. 죽은 자만이 

은하수로 가는 열차를 탈 수 있다고 합니다.


새벽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물어보아도 텅 빈 플랫폼 위에서 오들오들 떠는

보랏빛 소녀들은 거울에 반사된 듯

텅 비어 있었습니다.  


물잠자리가 수면을 잠깐 스치고는 

풀 이파리와 햇빛 사이로 사라져버리듯, 

예당저수지 색채 분수에서 

어머니의 피가 분출해 허공으로 오르듯,

간이역은 이미 거기 없었습니다. 

나는 잠든 연이의 얼굴 표정을 보러 

간이역으로 갔더랬습니다. 썩은 피가 가득한 폐를 부여잡고 

동백꽃과 물수제비 홍매화를 보러 갔습니다.

폐선의 뻥 뚫린

옆구리를 보러 갔습니다.

가을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연이는 하얀 이불을 얼굴까지 뒤집어쓰고 

잠자고 있었습니다. 

떨어진 홍매화가 

잠든 연이 위에 가득 덮여 있었습니다. 


    


댓글목록

EKangCherl님의 댓글

profile_image EKangCher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잠든 연이는 은하수로 가는 열차를 탔을까요??
하얀 이불을 얼굴 까지 뒤집어 썼는데요..
거울에 반사된 듯 텅 비어 있는 곳에는 누가 있을까요??
동무들이 죽었으니..
시인의 나이도 많겠지요..
꽃이 내포하고 있는 죽음은 산만하여 집중력이 떨어집니다..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억지를 쓰면 모를리 없겠지만..
고맙습니다..
^^*..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적절한 지적이십니다.
이 시는, 미야자와 겐지의 은하철도의 밤이라는 동화를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친구가 죽어 은하철도를 타고 갔다는 동화인데, 이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해 일부러 은하철도라는 단어를 집어넣었구요.
제가 생각하는 화자는 딱 그 정도 남자아이입니다.
여기까지 쓰니까 감정 이입되어 나머지는 그냥 저절로 흘러나오더군요.

날건달님의 댓글

profile_image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글을 읽어 내려가는 내내 가슴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불덩이가 끓어오르고 심장은 터져버릴 것만 같고 두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절 어딘가로 자꾸 데려가려고 하는군요. 이 시의 무엇이 날  울게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칼날에 살점을 도려낸 것처럼 가슴이 너무 아파요. 좋은 글 올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평안한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시인님!

추신: 오늘은 월차휴가인데 기분전환을 위해 길을 나서야겠군요. 북마켓을 가볼까요? 아님 영화나 한편 볼까요? 차 한잔 하면서 슬슬 외출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시인님께서도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날건달님이 감수성이 풍부하셔서 그런 것 같습니다. 휴일이시라니, 즐거운 하루 보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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