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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시월의 문체들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2,012회 작성일 20-10-09 11:17

본문

답답한 시월 문체 / 백록

 

 

때는 시나브로 저물어가는

경자년의 계절

 

억겁을 품은 시월의 달이 어쩌다 마스크를 쓰고 있다

한바당 기슭에서 만년을 지킨 돌하르방에게도 얼토당토않은 마스크를 씌우더니

신단수에서 반만년을 산 단군도 마스크를 쓰고 있다

광화문에서 수백 년을 산 대왕도 장군도 마스크를 쓰고

섬에서 반백 년 넘도록 머뭇거린 나도 마스크를 쓰고

시원찮은 시를 쓰고 있다

 

마냥!

 

근심 가득한 어르신들은 저승 근처의 체본으로 쓰고

꼬물거리는 아기들은 흐릿한 이승의 행간으로 쓰고

너도나도 숨 막히는 세월을 숨 고르며

어설픈 시를 쓰고 있다

 

들녘마저 시들해지는 이 계절에 문득,

앙다문 돌하르방이 되어 침묵의 시를 쓰고 싶어진다

칼바람에 나뒹구는 낙엽은 시체가 되거나 말거나

하늬바람은 세차게 불거나 말거나

기약 없는 세월을 향해

묵묵히 선 채로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바람의 말씀 / 백록


바람이 탕탕 귀청을 때립니다
너는 어디로 가느냐며 질러댑니다
글쎄요 제가 갈 곳은 어디냐고 되묻습니다
이순이 넘도록 그것도 모르냐고 씽씽 꾸짖습니다
거리를 나뒹구는 낙엽을 보면 안다고 합니다
그래도 모르면 구름을 보라고 합니다
무조건 당신을 따라오라고 합니다
탕탕 소리를 지르며
나를 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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