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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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캄캄한 어둠이었으므로
밤과 낮의 변화는 의미가 없다
다만 숨 막히도록 거룩한 죽음에 대한 열망이 있을 뿐이다
빛이 차단된 암흑 속,
태초에 신이 밟았던 흙의 결정을 분해하며
가장 낮은 곳을 찾아서 살아야 할 숙명이지만 하늘을 향해 날리는 팽팽한 꿈을
내려놓은 적은 없다
그래서 비가 오는 날은 거룩한 죽음을 꿈꾸기 좋은 날이다
숱하게 밟힌 땅속 어둠의 감옥을 벗어나려는 몸부림의 배후에는
파라오의 미라가 사랑한 태양이 있다
심상의 무덤을 파헤쳐서라도
수분을 털고 수천 년 동안 누워있는 파라오의 표정을
표절하고 싶은 거였다
면발 같은 폭우의 현을 땅속에서 끊어먹고
어둠의 허물을 벗고 싶었다
다시 죽을 수 없는 죽음을 위하여 온몸에 햇살을 동여매는 고통을 즐기기로 했다
미라처럼 바싹 마른 지렁이 주변으로 작은 개미들이 떼로 모여
성을 쌓고 있었다
나는 말없이 보았다
하늘과 땅이 황홀하게 맞닿은 설레임처럼 꿈과 의지가 하나 된 지렁이의 사랑을,
성찬의 식탁이 차려지는 거룩한 의식을.
댓글목록
탱크님의 댓글
태양을 사랑한 지렁이의 한없는, 백골을 드러내며 누웠는 지렁이의 주검을 나는 보았다. 님의 시 좋습니다 어둠속에 머무르다 밝은 태양을 맞이한 지렁이의 숙명과 같은 사랑
수퍼스톰님의 댓글의 댓글
죽음이 해체되는 지렁이,
마지막 한 점까지 개미에게 보시하네요.
늘 건필하십시오. 탱크 시인님.
고나plm님의 댓글
시인의 시선이 깊은 어두움,
지렁이까지 보시는 군요
문맥을 따라 쫓아가봅니다
건필하십시요!
수퍼스톰님의 댓글의 댓글
비 오는 날, 그냥 땅속에 있으면 될걸
왜 나와 가지고 개미의 식탁을 풍성하게 하는지 모르겠네요.
편안한 밤 되십시오. 고나plm 시인님.
탱크님의 댓글
신춘문예 시기가 왔는데 님들은 어찌하나요 시마을에 올린 글은 안된다고 하던데?
수퍼스톰님의 댓글의 댓글
글쎄요. 자세한 건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미발표작을 요구하는 모양입니다. 문운이 가득하시길 빕니다.
탱크님의 댓글의 댓글
예 서둘러서 다섯편 만들었는데 어찌될는지 모르겠네요 계속 써보는 수밖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