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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원(洗美園)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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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64회 작성일 20-07-24 00:08

본문



세미원(洗美園)에 연꽃을 보러 갔더랬습니다.


조심스레 우느라

연꽃은,  


진분홍 색채 한 방울조차 

순결 위에 떨어뜨리지 않는다네요. 


여름비가 뜨겁게 내렸습니다. 


귀 기울여보아도 

아무 소리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사위(四圍) 적요 속에 비린내 역한 

어떤 문장이 들려왔습니다.


저 수많은 연꽃들이 내내 울고 있지만 

널 위해 우는 연꽃은 한송이도 없지.


아무 소리 들려오지 않는다 해도 

그것은 네 잘못이야.


네가 다시 세미원(洗美園)에 돌아왔을 때

여기에 연꽃 한 송이 

남아있지 않겠지. 


빗줄기는 땅에 닿지 않고 곧장 수면 위로 떨어졌습니다. 

청록빛 성채(城寨)를 인 느티나무가 

강변에 서 있었습니다. 


함께 비를 피하던 사람이 

내게 귀띔해줍니다.


금잔화 무성한 좁은 길 위를

여기저기 배회하는 사람들 모두 

이 강변으로 흘러들어올지 모를 

익사체 한 구 기다리는 중이라고. 


모두들 눈알이 까맣게 

타들어가 있다고. 


물에 불어 떠내려오는 

그리움 하나마다 

거기 조응하는 연꽃이 피어난다네요.


연록빛 동굴같은 귓속으로 

독한 소금기를

부어넣었다네요. 


이윽고 뿌연 빗줄기 

시야에 가득차,


아무것도 

사방을 가둑 메운 

연꽃조차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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