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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옷의 카르멘 3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1,406회 작성일 20-06-16 07:45

본문




붉은 옷의 카르멘 



이런 글이 있었다. 

19세기 일이다.

러시아에서 온 어느 금발의 차가운 발레리나는 호텔방에서 남편에게 살해당하고 말았다. 

혹자는 그녀가 남편을 살해했다고도 한다. 

어느 사람은 자신이 목격한 것을 말한다. 

그녀는 시체가 있는 자신의 방에서 

붉은 옷을 입고 미친듯 춤추고 있었다는 것이다.


BAR의 테이블 곁에 앉아 글을 쓰던 내게 

그 사람이 등을 툭 치며,

"자, 우리의 카르멘에게 건배!"하고 말한다. 

나는 술 대신 피를 마신다. 피처럼 빨갛고 후끈하고 찝찔한 어둠이었다. 


그 발레리나는 그날밤 이후 어디서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나는 타오르는 듯한 홍염을 입고 있는 그녀를 상상할 수 없다. 

하지만 그때 그녀가 

타오르는 듯한 홍염을 입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당신도 지금 홍염을 적고 있잖아요?" 

그 거만하고 무표정한 러시아어투로 그녀가 말한다. 

"당신도 내 심장을 도려낼 비수를 하나 늘 품안에 품고 있었죠?" 


정말 그랬다.

내 시어들에는 피가 묻어 있었으니까. 

나는 그녀의 시체를 수습하면서,

단절된 얼굴 팔다리를 시어(詩語)들 속에 감추다가 

깜빡하고 그녀의 심장을 

시어(詩語) 바깥에 놓아두었는지도 몰랐다.   


친구가 내게 말해준다. 

"한 줄을 쓰더라도 그냥 글이 아니라 자네한테 운명이 될 그런 글을 써."


심장이 만져진다. 

내 폐에는 너무 많은 고통이 담겨 있다. 


그날밤 꿈에 그 친구가 나타났다. 

"자네 글 속의 방에서 카르멘은 살해당하지도 누군가를 살해하지도

붉은 옷을 입고 있지도 않았어. 어찌 된 건가?"


나는 시취(屍臭) 속에서 잠자고 있었다.

"나의 카르멘......" 나는 잠결에 중얼거렸다.


그리고 돌아누웠다.


"너는 누군가를 살해하지도 살해당하지도 행방불명되지도 않았어." 


"하지만 너는 이제 그 어디에도 없어. 그 방을 내게 조금만 더 보여줘."


"너는 비수를 든 날 보고서도 왜 가만히 문을 조금 열어두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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