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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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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872회 작성일 20-05-15 09:47

본문

스승 / 백록


 
초딩 시절엔 똥오줌도 안 눌 것 같던 당신은
그야말로 신격이었지
가령, 옥황상제나 염라대왕 같은
 
까까머리 중딩이 되면서부터
그러니까 사춘기에 들면서 비로소
나와 같은 인간임을 깨달았지
하루는 엄격한 아버지가 되고 다정한 어머니가 되고
하루는 삼춘이 되고 고모가 되고 이모가 되고
간혹, 큰 형님이 되고 큰 누님이 되고
우리는 그들을 스승이라 칭했지
어쩜, 속세에 남아 도를 가르치는
스님이었을까 싶은
 
문득, 백 투저 퓨쳐를 빽 투더 티쳐로 바꾸고 싶은
오늘은 마침, 훈민정음의 스승
대왕의 탄신일이지
 
바야흐로
즈음하여
오늘은
당신의 날
 
지천명을 넘어 이순이 넘도록 선생이 되지 못한 나는
영원한 학생으로 남아 여태 풀지 못한
삶의 셈법을 어쭙잖게 여쭙고 있지
어느덧 속세를 떠나셨을 임을 떠올리며
아직 어딘가 살아 계실 임을 그리며
어수선한 이 오월의 기슭을 헤매고 있을
까마귀 신음 같은 왁왁한 곡절들을
꼭꼭 숨죽인 산꿩의 비명 같은
그런저런 까닭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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