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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의 기억을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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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159회 작성일 20-03-22 17:01

본문

비행飛行의 기억을 떠올리며 / 백록


 
나도 너처럼 구름에 휩싸이며 비바람을 무릅쓰고 신나게 날아다니던 시절이 있었지
멋들어지게 살고 싶은 날엔
주제에 카네기 인생론을 거들먹거리며 쿠릉쿠릉
이리저리 마구 돌아댕기며
간혹, 뒈지고 싶던 날엔
무심코 떠올린 버나드 쇼의 묘비명이 어쩌고저쩌고
헛소리를 날숨으로 뱉으며
들숨으로 도로 삼키며
 
그럭저럭 버거워진 나잇살에 무참히 치이던 날
동안의 날개를 접고 비상착륙을 시도했지
다름 아닌 나의 요람이자 무덤인 섬
어느 기슭으로
 
여기도 한때는 날개가 돋쳐 훨훨 만방을 누비던 터무니였지만
서투른 날갯짓으로 어느새 나를 닮은 처지가 되어버렸지
꾸물거리다 문득, 첫날의 둥지가 그리운 요즘
어쩌다 옛 어미처럼 나이가 죄가 되어버린 지금
나는, 전생의 비참한 고려장을 떠올리다
이왕이면 훨훨 날아갈 요량으로
뜨거운 이승의 화장을 떠올리며
시원한 내생의 풍장을 떠올리며
어느 시인의 귀천歸天을 떠올리며
인생은 어차피 연극의 1장 1막일뿐이라며
끝은 또 다른 시작이라며
미리, 나의 부고訃告를 쓰고 있지
스스로 고인​故人의 명복을 빌며
아래와 같이
 
고인: 아무개
발인: 모년 모월 모일 모시
장지: 한라산 하늘공원
상주: 미상(당일 살아남은 가족 중)
연락처: 010-2020-****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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