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가니 > 창작시의 향기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창작시의 향기

  • HOME
  • 창작의 향기
  • 창작시의 향기

     ☞ 舊. 창작시   ☞ 舊. 창작시   ♨ 맞춤법검사기

 

▷모든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무단인용이나 표절금합니다
▷시스템 오류에 대비해 게시물은 따로 보관해두시기 바랍니다
1인 1일 1편의 詩만 올려주시기 바라며, 초중고생 등 청소년은 청소년방을 이용해 주세요
※ 타인에 대한 비방,욕설, 시가 아닌 개인의 의견, 특정종교에 편향된 글은 삼가바랍니다 

고향에 가니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장미와사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672회 작성일 25-09-30 17:08

본문

홀로 고향에 가는 길이었어요. 솔숲과 호수가 있다는 송호리에 도착한 것은 거의 해질녁이었어요. 슬라브 담벼락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 길게 그림자가 앞서가는 골목 안에서 컹컹거리는 개짓는 소리에, 그리고 텅 빈 침묵이 내려온다.

 

잠시 후 탕탕탕 고요를 깨트리는 경운기 엔진 소리에 하루에 한 번 오가는 버스가 가는 걸음을 멈추고 있었다. 누군가 내리고 있었다. 나였다.

 

선물 꾸러미를 들고 현관문을 들어선다. 먼지 낀 창틀에는 낡은 시간들이 무게를 견디지 못해 빗물처럼 흘러내리고, 작년에 고관절 수술을 한 구순의 노모가 네 발로 기듯이 나와 나를 반긴다. 깃털처럼 가벼운 노모를 안고 문지방을 넘으니 서러움이 좁은 거실 안에 가득하다. TV 화면에는 걸그룹이 몸을 흔들고 노래하고 있었다. 알 수 없는 가사가 눈을 찌른다.

 

지난 세월이 눈 먼 듯 귀 먼 듯 꿈결 같은데. 잘 계셨느냐고요? 묻고 또 묻는다. 아니요? 잘 계셨어요? ? ? ? 하는 말이 허공 속에 흩어진다. 너는 잘 사느냐고? 묻는 순간 노모의 여생이 얼마 남지 않는 것 같아 너무 이상했다.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라고 하는 듯했다. 방 안 가득 함께 한 눅눅한 세월이 힘겨워 보였다. 갑자기 무거운 침묵이 쏟아진다. 한 세기가 들어앉은 주름진 검은 얼굴에는 회한이 가득하였다.

 

잠시 침묵 후, 한 백 년이라는 세월을 견딘 노모의 쓸쓸한 일생 앞에서 난 한없이 엉엉 울고 싶었다. 걸어온 길, 때가 되었다고 하는 말과 하늘나라 가시는 그날이 언제인지 아는 것 같은 예감에 애써 초연해진다. 붉은 노을이 먼지 낀 창밖에 부딪히니 애달음은 배가 된다. 노모를 남겨두고 가야 한다는 이별의 슬픔이 너무 깊어서인지 궁상스러운 세월이 삽짝을 먼저 나서고 있었다.

댓글목록

수퍼스톰님의 댓글

profile_image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글을 참 잘 쓰십니다.
이런 산문시는 실생활에서 직접 체험하지 않으면 절대로 나올 수 없는 시입니다.
자주 찾아 뵐 수 없고 찾아 뵐 때 마다 기력이 점점 쇠약해 지시는 구순의 어머니를 뒤로하고
집을 나서야 하는 안타까운 심정, 시인님의 시에 진하게 묻어 있습니다.
어렵더라도 생존해 계실 때 자주 찾아 뵙는 수 밖에요.
잘 감상하고 갑니다.

Total 40,988건 32 페이지
창작시의 향기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38818 넋두리하는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8 10-04
38817
가을길 댓글+ 5
안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3 10-04
38816
청자를 읽다 댓글+ 1
목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3 10-04
38815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7 10-04
38814 솔새김남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8 10-04
38813 슬픈고양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3 10-04
38812
나비 댓글+ 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3 10-04
38811 사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1 10-04
38810 德望立志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0 10-04
38809 황금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2 10-03
38808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0 10-03
38807 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2 10-03
38806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0 10-03
38805 나비처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8 10-03
38804 개도령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4 10-03
38803 최상구(靜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6 10-03
3880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6 10-03
38801 사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2 10-03
38800 이정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8 10-03
38799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50 10-03
38798 을입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6 10-03
38797
살랑살랑 댓글+ 2
onexer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47 10-03
38796
황룡사 답사 댓글+ 2
손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4 10-02
38795
욕심 댓글+ 1
목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20 10-02
38794
삶의 질 댓글+ 2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0 10-02
38793 슬픈고양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3 10-02
38792
더 먼 곳에서 댓글+ 1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7 10-02
38791
치매 댓글+ 3
베르사이유의장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7 10-02
38790 onexer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3 10-02
38789
들깻잎 댓글+ 4
이정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57 10-02
38788
갯벌 나무 댓글+ 6
그대로조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9 10-02
38787
음악은 댓글+ 2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47 10-01
38786
여름 한라산 댓글+ 1
슬픈고양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5 10-01
38785 onexer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4 10-01
38784
단풍잎2 댓글+ 2
장 진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9 10-01
38783 목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8 10-01
3878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1 10-01
38781 사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0 10-01
38780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0 10-01
38779 이정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50 10-01
38778
댓글 댓글+ 1
미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2 09-30
38777
막대 점프 댓글+ 1
onexer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59 09-30
열람중
고향에 가니 댓글+ 1
장미와사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3 09-30
38775 soulfi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9 09-30
38774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51 09-30
38773
가을의 기도 댓글+ 1
미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3 09-30
38772 페트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5 09-30
38771 이정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1 09-30
38770 베르사이유의장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1 09-30
38769 사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5 09-30
38768 을입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63 09-29
38767 아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1 09-29
38766 목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9 09-29
38765
강가에서 댓글+ 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4 09-29
38764
전깃줄 댓글+ 4
베르사이유의장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1 09-29
38763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5 09-29
38762
담쟁이 댓글+ 4
안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8 09-29
38761 나비처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3 09-29
38760 최현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35 09-29
38759 이정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49 09-29
38758
달의 꿈 댓글+ 1
장미와사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9 09-29
38757 미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86 09-29
38756 목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0 09-29
38755 페트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1 09-29
38754 개도령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3 09-29
38753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2 09-29
38752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3 09-29
3875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2 09-29
38750 onexer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2 09-29
38749 최경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0 09-28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