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
페이지 정보
작성자본문
사냥 / 김 재 철
태초에 힘이 있었다
근육이 있었고
주먹이 먼저였으며 발은 누구보다 빨랐다
젊고 빛나는 자들은 와르르 모여들었고
그곳에는 살코기와 달콤한 열매가 있었다
불타는 밤, 허리와 어깨, 엉덩이의 리듬은 불꽃처럼 흔들리고
온몸은 구름 위에 던져진 듯
지상 최고의 쿠션에 낙하하여 눈을 떴다
그러나 앙상한 몰골의 이들
눈빛에 별을 담은 키 작은 자들이 낯선 속삭임을 시작했다
마침내 마이클잭슨의 스텝, 강남스타일
로봇, 힙합, 비보잉, 락킹 시대를 가로지르는 춤이 쏟아졌다
흥이 아니라 기적의 춤, 창조의 불꽃이었다
깨소금 같은 별빛이 흩날리며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부족의 새벽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모두 가죽끈 신발을 신고
노간주나무 창을 움켜쥔 채
저 멀리 먹구름 솟는 산으로 향했다
하늘에는 무지개 한 줄기가 걸리고
칼리만자로의 능선은 점점 가까워졌다
하이에나를 향해 나아가는 어깨들
그 일치된 걸음은 개기일식의 제의 같았다
조선왕조 370년의 운명을 예비하듯
추장의 손짓과 함께 전투는 시작되었다
자욱한 흙먼지와 뜨거운 피
능동방어체계 같은 본능의 격돌
슈~슉, 피~픽, 싸~악
창이 날아가고
영장류의 은총으로 하이에나를 쓰러뜨렸다
돌아와 승리의 벽화는 평평한 돌에 새겼다
하이에나에 적중한 창
주인의 이름은 대나무 안에 기록했다
고기는 창의 기여도에 따라 분배되었다
외소한 자들의 미소는 새소리를 내며 번졌고
숲은 팝페라처럼 화답했다
건장한 자들은 머리를 긁적이며 답을 찾지 못했으나
조수미의 음성 같은 찬양이 그날의 공기를 흔들었다
그날 이후, 진짜 변화가 시작되었다
밤이 되면 창의 촉은 바뀌어 있었다
약자들의 손끝에서
근육과 주먹이 지배한 낮의 질서는 무너지고
어둠 속에서는 머리와 꾀가 칼끝이 되었다
주먹은 잠들고 두뇌는 깨어나 세계를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사냥은 단순한 전투가 아니었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를 필요로 하듯
힘과 지혜가 서로를 갈망하듯 사랑과 생존은 하나의 방정식이었다
그 방정식을 풀지 못한 종들은 도태되었다
비실비실한 모기조차 3억 년을 버텨내며
생존의 비밀을 속삭였다
나는 귀 기울였다
작은 날개짓 속에 숨어 있는 거대한 철학을 들었다
우성과 열성, 강자와 약자는 끝내 지워지지 않는다
그러나 진화는 언제나
두뇌의 편에 서 있었고
근육을 넘어 지혜로 이어졌다
사냥은 이제 피의 제의가 아니라
생존의 축제이며,
인류의 신화로 남게 되었다
나는 알았다 용서와 관대함,
그것이야말로 생존보다 더 오래 남는 인간의 본질이라는 것을
*. 약자들이 사냥 창의 표식을 바꿔 놓는 순간 몸의 지배가 두뇌의 지배로 변환되는 인류 사건 *. 이문열의 들소 재해석
*. 아래 사진은 버섯이 나는 나무입니다. 바위가 아님 사진 임상균 약초세상 (친구)
댓글목록
콩트님의 댓글
마지막 연의 글자들이 앞다투어 롱기우스의 창이 되어 저의 늑골을 찌릅니다. 휴일 잘 보내십시오.^^
onexer님의 댓글의 댓글
잠자리 레이더에 29일 정오시간 뭔가 포착된 뒤 잠자리는 날지 못하더군요.
이후 사냥 글을 어떻게 썼는지 기억이 나질 않을 정도로 빨리 적었습니다.
왜 그렇게 속도위반 위험했는지 정말 아찔했습니다. 지금도..그렇구요. 어떻게...그분이..
충격은 컷으나 즉각 수그렸으며...그러함에도..재차 ..이어지는.. 사냥은 에디팅을 못했습니다.
제 목적은 뚜렷합니다. 출간에 있습니다. 되도록 창의적으로 적어서 더 다양하고
포괄적이어서 구석구석 찔러보고 싶은데 또 지나갈. .하고.심기일전 열심히 해 봐야지요.
앞으로 흥미로운 시도를 많이 할텐데, 그건 시마을에서도 한편으론 바람직한 방향일 수 있다고 봅니다.
솔직함을 표방한 뻔뻔스러움일 수 있는데 프로발명인 걸고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응원해주시고 같이 가십시다 악의를 가지지 않아요 그렇다고 질문을 못하는 건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콩트시인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