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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학교 ,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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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rene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89회 작성일 20-01-20 11:20

본문

시인학교, 그 以後 / 안희선

                               


宗三의 시인학교엔 남아있던 몇몇 시인들이 마시다가

남은 막걸리와, 먼지 덮힌 시집들과

어느 유명 작곡가의 '시를 위한 변주곡'이 있다

그러나 실상, 들어보면 별 감동은 없다

그저 그런 시간의 뼈가 덜그럭거릴 뿐이다

한 쪽 벽에선, 썩은 살들이

멀쩡했던 육신을 회상한다 (미소짓는 초상들)

차라리 지금은 제일 경박한 말이 어울릴 때다

말을 하고 싶어 안달하는 시인들, 모두 자퇴하였다


인사동 밤 11시 길 건너 술취한 자동차가

비틀거리며 헤드 라이트를 켠다

휘청이는 빛에 흩어지는 어둠 사이로 간혹 비가 내린다

쏟아지는 느낌표들이 모두 다 바람에 날려 비에 젖고,

길 지나가는 사람들은 살가운 그림자 한 조각 남기지 않는다

그 한 모퉁이, 세상을 닮아가던 늙은 시인의 어두운 신음이

낡은 현(絃)같이 처진 그의 어깨 위에 눌러 앉았다

무가치한 꿈, 이제 그는 자신을 지울 일이 큰 숙제

그가 몸 담았던 세상의 온갖 풍경들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친다

최후의 절망도 더 이상 그럴듯한 공포는 되지 못해서,

높기만 하던 그의 하늘이 서서히 무너져내린다

막다른 벽에서 짧은 호소가 잠시 꿈틀대고,

남아있던 마지막 추억이 원고지에 마침표를 찍는다


'모두 썩어질 놈들이야' 하며, 떠들석하니 들어와

새롭게 자리 잡은 풋풋한 푸른 시인들이

다음 학기 수강신청을 호기롭게 한다

그래도 늘 울리는, 시인학교의 그 변주곡은 별 감동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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